아침나절 길게 기지개 켜는 게으른 햇살이 거실을 가로지른다.
실내온도 26도..
따뜻한 온기와 고소한 옥수수차 향내가 편안함을 이끈다.
밀쳐진 커튼사이로 앞동에 가려진, 아직 겨울의 흰옷을 입고 있는 산의 정상을 바라보고 있다.
밖은 쌀쌀하지만 이른 봄내음이 바람 끝에 묻어난다.
난 지금 이대로도 좋다.
점심을 먹고 한강에 산책을 나갔다.
제법 봄시늉을 하는 이름 모를 어린잎들이 땅을 헤집으며 움튼다.
조금 더 기다리면 내가 아는 쑥이랑 민들레도 나오겠지.
한참을 걸어가 만난 내 친구 오리들..
강물에 떠있는 녀석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느슨해진다.
난 지금 이대로도 좋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미역국과 멸치볶음, 부추전이 전부인 식탁.
티브이 앞에 앉아 밥 먹자는 부름을 기다리는 저 남자와 함께하는 이 시간이 내 안락의 전부가 되었다. 어느덧 30년을 함께했다.
너무 길었다.
그래도... 지금 이대로도 좋다.
난 지금 이대로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