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첫 해, 노을처럼
교직 첫 해, 우리는 수없이 고민하고 흔들린다.
서툴고 부족한 자신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실격 판정을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곰곰이 들여다보면, 교사를 무너뜨리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스스로를 좀먹는 '생각'인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신규 시절, 그런 생각들 속에서 오랫동안 힘들었다.
이 글은 그때의 나처럼,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있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다.
"괜찮다"라고, "이미 잘하고 있다."라고.
이번 글에서는 신규교사를 좀먹는 2가지 생각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아이들이 나를 만나서 이렇게 되었나 봐.”
(=다른 선생님을 만났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이다.
어쩌면 가장 위험한 생각 중 하나이다.
첫 해 때에는 당연히 처음이다 보니 서툰 학급경영과 수업을 하며 감각적으로 학급을 이끌어나가기 마련이다. 그 과정 속에서 신규교사는 보통 스스로의 부족함을 끊임없이 직면해나가게 되고,
그러면서 ‘아 내가 담임이 아니라 누구누구 선생님이 담임이었다면, 아이들이 이렇게 혼란스럽지 않았을 텐데.’ 등 , 정말 스스로를 좀먹는 생각에 빠지게 되기 마련이다. (물론, 내가 신규 교사일 때 그랬다.)
그런데 언제 대학 동기들과 만났을 때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교사가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아이를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을까?
그때 나눴던 이야기가,
물론 한 아이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변화시키고자 최선의 노력은 다하겠지만
설사 아이가 변화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죄책감을 가지지 말자.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라는 교사를 만나면서
‘나’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경험’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이에게 좋은 교육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지금 신규교사로서 끊임없이 고민과 성찰을 하는 교사라면,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아이를 위해 부단히 애쓰고 노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는 고경력 선생님들처럼 노련할 수도,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 100프로 다 아이에게 영양가 있게 전하기도 어려울 수 있지만
생각해 보면 아이들이 ‘나’라는 교사를 만나서 하게 된 경험들도 있을 거다.
다른 선생님이었으면 할 수 없었던 일 말이다.
본인의 경우에는 첫 제자인 아이들을 정말 많이 사랑했지만,
사랑하는 만큼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좌절했었다.
그렇게 일 년 동안 그 생각에 빠져 있으면서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진심이었기 때문에
나만이 할 수 있는 것들, 내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것들을 차근히 해보려고 했던 것 같다.
나는 춤을 추는 것을 좋아해서 이 특기를 살려 아이들과 춤 공연을 올라간다던지, 공감능력이 뛰어난 편인 내가 힘들어하는 아이를 위해 교환일기를 함께 써본다던지, 영상을 편집하고 콘텐츠를 창작하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아이들과 여러 영상을 만들어 순간을 함께 기록해보기도 했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첫 제자 들은 나를 보러 초등학교에 한 달에 한 번씩 놀러 오고, 지금까지도 나를 기억해 주고 많이 사랑해주고 있다.
그러면서 느낀 것은, 아이들은 선생님의 서툶보다
‘얼마나 자신을 사랑해 주었는지’를 더 오래 기억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걱정 말자. 선생님의 진심은, 이미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육이 되고 있다.
나는 신규 때 여러 고민들이 많았고, 혼자서는 고민을 해결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주위 선생님들, 대학 동기들, 가족들에게까지 고민 상담을 했던 적이 많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조언들을 듣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나라는 사람을 그 조언의 말들에 가두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그건 노을선생님이 너무 아이들한테 친절해서 그런 거야. 애들이 만만하게 본 것일 수 있어.’를 듣고, 나는 아이들에게 단호하지 못하고 친절하기만 한 교사인가?라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아직 교사로서의 자아가 단단해지기 전, 여러 말들은 스스로를 주무르기 시작했던 것 같다.
물론 다들 나를 위한 말들을 해주었겠지만,
사실 그들은 내가 겪은 모든 상황을 알 수 없고 내가 간단하게 설명한 몇 가지 상황들만 듣고 조언을 해주는 것이다 보니 그 말들은 내가 스스로 하고 있는 고민만큼 깊고 무거울 순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이 휘둘리게 되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자.
지금 담임으로서 한 학급을 이끄는 교육 전문가는 누구일까?
아이들을 직접 관찰하고, 지도하고, 그 반응을 매일같이 살피는 사람.
학생들 간의 관계를 읽고, 학부모와 꾸준히 소통하는 사람.
바로 선생님 자신이다.
따라서 담임교사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으며,
그 행동은 교육 전문가로서 선생님의 타당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에게 고민을 나누고 조언을 구하되,
말들에 스스로를 가두거나 상처 주지 말고
스스로의 생각과 결정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나 역시 아까 언급했던 말에 스스로를 가두어 꼼짝 못 했었다.
오히려 그 말에 갇히니 ‘단호함’에 훨씬 예민해져
평소에 가지고 있던 단호함도 훨씬 어려워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관내 독서행사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나를 아예 모르는 다른 학생들에게 친절하지만 단호하게 진행하는 모습이 스스로 보이더라.
그때 아, 나는 친절함과 단호함을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지금껏 내가 아이들한테 덜 단호했던 것은 작은 학교 속에서
이 학급의 아이들과 만나며 무섭고 단호한 상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편안하고 깊은 유대감 형성의 분위기를 원했었던 것이구나 깨달았다.
어쩌면 내가 나라는 사람을 스스로 말에 가두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규 때에는 앞서 말했듯, 아직 교직 경험이 없고
교사로서의 나를 파악하기 전이라 주변 사람들에 말에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
물론, 다른 선생님들의 훌륭한 조언들도 새겨들어야 할 필요성은 당연히 있지만,
그 말에 스스로를 제한하고 상처주시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신규 교사 시절의 우리는,
스스로를 실격시키는 생각에 쉽게 무너진다.
하지만 교사를 실격시키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자신을 불신하는 것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자신을 인정하고,
흔들리는 걸음 위에서도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
교사는 매일 성장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이들 곁에 서는 순간,
이미 훌륭한 교사다.
그러니 오늘도, 내일도,
조심스럽더라도 선생님만의 길을 걸어가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