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제자, 소방토끼
어느새 첫 방학이 끝나고 개학식 날.
나는 9월 발령이 나고 4개월간 과학 전담 교사로서 근무했었고
겨울 방학이 끝나고 나서는 첫 담임을 맡게 되었다.
사실,
우리 학교는 한 학년 당 한 반만 있고
또 과학 전담 교사로서 3~6학년 학생들을 다 가르쳐 보았기에
큰 두려움은 없었다.
다만, 설렘만 떠올랐다.
내가 담임으로 맡기로 한 6학년 아이들은
내가 과학 전담 교사일 당시에 체험학습도 같이 가고
수업 시수를 고려하여 과학을 제외한 다른 수업도 많이 했던,
나를 유독 많이 좋아해 주던 아이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는, 첫 담임을 맡게 되었다.
그 해의 처음을 생각해 보면,
개학 첫날이 먼저 떠오른다.
겨울 방학의 끝무렵
이제 드디어 나만의 교실, 나의 학생들이 생긴다며
부푼 마음을 안고
학급 환경을 구성할 것들을 이것저것 가위질 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큰 가방에 넣은 뒤
내일 아침, 아이들이 오기 전
담임 선생님이 아직 누구일지 모를 아이들에게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겠노라 하며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잠들었다.
영락없이 소풍 가기 전날의 아이 같았다.
바지런히 일어나 그 가방을 챙기고
그렇게 8시 10분쯤 도착한 학교.
주체할 수 없이 올라간 입꼬리와 함께,
뒷문을 열었는데...
.
,
이미
일찍 온 아이들과 마주친 후의 어색한 정적.
알고 보니 학교버스를 타고 오지 않는 두 학생은
8시가 조금 넘으면 등교를 해 있더라.
설상가상 그들은 이미 내가 담임이 되었던 것을 안 눈치였다.
알고 보니,
발 빠른 실무사님 덕에
전날 학교 홈페이지에 이미 담임 선생님 정보가 올라와 있었다.
가방 속에
삐뚤빼뚤
서툰 가위질로 오려진 코팅지들만큼이나,
어색함이 묻어 나오는
신규의 모습이었다.
세상에 숨겨지지 않는 것?
사랑, 재채기,
그리고 신규의 미숙함.
-
첫날부터 초보인 티를 내버렸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수 있는 법이지."
라고 스스로 주문을 걸면서,
이후에도 눈에 힘을 주고 뇌에도 힘을 주고...
정말 어떻게든 초보인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신규교사.. 살아남.. 기?"
책상 위에 몰래 보던 신규 생활 지침서를
학생에게 들켰을 때처럼,
그리고 애써 그것을 감추려
다른 책으로 표지를 덮었지만
책등에 있는 제목은
미처 가리지 못했을 때처럼
신규의 설익은 모습은
감출 수 없는 거더라.
신규의 특징은 무엇일까?
가장 부산스럽지만, 가장 실속이 없다는 것이다.
6학급, 작은 학교의 교사의 3월은
쏟아지는 업무 속에서 허덕이기 바쁘다.
작은 학교가 업무가 많은 이유는,
큰 학교와 업무 전체의 수는 비슷한데
교직원 수가 적으니
나눠 갖는 업무의 양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물론 규모 자체는 큰 학교보다 작다.)
처음 맡는 학급경영도 낯설기 마련인데
담임이니 수업도 해내야 하고,
무엇보다 에듀파인의 존재도 이제 막 알게 된 병아리인데
누군가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전년도 기안을 참고하여
학기 초 업무 계획을 세우고 회의를 개최하고 업무를 추진해야 한다.
첫날 열정 가득한 다짐으로는
모든 것들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때 처음 좌절하게 되었던 것 같다.
-
그날은, 그런 날이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업무가 갑자기 휘몰아치던 날.
평소와 별 다를 것도 없었다.
교대 시절 대체 무엇을 배워온 건지
항상 반에서 1등,
학교에서 손에 꼽는 모범생이었던 내가
맡은 업무 하나 제대로 모르겠고
옆 교실 선생님께 계속 가서 질문하고...
그렇게 물음표 살인마가 되어 교실로 돌아오면
똑같이 업무가 많은 선생님들에게
짐만 더 드리는 것 같았던,
그래서 나의 무능함을 탓했던,
그 보통 신규교사의 날.
아이들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돕고자
초등 교사가 되었지만
처음이라 서툴어 더 거대해진 업무를 처리하느냐고
아이들의 얼굴보다
컴퓨터 모니터를 더 보고 있는
나 자신에게 많은 생각이 들었던 날.
-
그날 3교시는 과학이었다.
전담 선생님 수업이었기에
과학실 문을 열어야겠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과학실로 나섰다.
그리고 아이들이 모두 과학실로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
뒤를 돌자마자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그렇게 교실에 가서 최선을 다해 울었다.
시작은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었고,
그 눈물이 지나가고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우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마음을 다 털어내고자
우는 것을 노력했다.
그러다가
이제 6학년이 학교 폭력 실태 조사를 할 차례라고 안내해 주시고자
5학년 선생님께서 우리 반으로 들어오셨고,
나는 또
개학 첫날의 어색한 마주침을
선생님과 재연하게 되었다.
선배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힘과 응원을 보내 주셨고,
진심으로 위로를 받아 버린
그래서 더 크게 울어버린 신규 교사는
그 따뜻한 선생님을 교실에서
눈물로 내쫓아 버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