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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간판(sign) 디자인 비교

by 피터정 Mar 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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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국에서 건물등의 간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 새로운 환경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간판만 보고는 대체 뭐 하는 곳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집에서 가까운 큰 거리에  '로스(Ross)'라는 2층 규모의 큰 매장이  있다. 하얀색 건물상단에 'Ross'라는 글자만 붙어있다. 이정보만 있으니 뭐 하는 곳인지 나로서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 "대체 뭐 하는 곳이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매장에 들어가 보니 입구에는 생필품을 팔지만, 메인은 의류가 주종목이었다. 그런데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알고 보니 미국에 체인이 많은 아웃렛 매장이었다.


바로 건너편 건물에 '티제이맥스(TJ maxx)'라는 간판의 건물이 있어서 들어가 보니, 이곳도 아웃렛매장인데 취급품들은 많이 다른 것 같다. '마샬(Marshalls)'에서도 같은 경험을 했다.


식료품점인 '파빌리언스(pavilions)'역시 본래의 뜻인 "어떤 건축물?"이라는 단어를 머리에서 연상했지만, 역시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들어가 보니 신선한 식재료와 자체 베이커리등 식료품을 파는 곳이었다.


이처럼 미국의 매장간판은 매우 간단하게 표현되어 있다.

맥도널드나 스타벅스도 처음 한국에 상륙했을 때는 한국인들에게 그렇게 인식되었을 것 같다. 특히 이 둘의 특징은 이미지표기 방식인 '심벌마크(symbol mark)'와 문자표기 방식인 '로고타입(logo type)'이 같이 표기되어 있다.

 

한국의 전통적 간판은 먼저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를 설명하고 브랜드를 알려왔다. 예를 들면 할인매장 A, 커피숍 B 또는 C 약국 같은 형식이라 이해하기 쉬웠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도 이런 간판보다는 미국식 간판이 많아지고 있다. 그나마 한국에도 미국식과  미국브랜드들이 많아서 빠르게 이런 문화를 적응할 수 있었다. 결국 내가 사는 패서디나 지역의 간판을 보고 뭐 하는 곳인지를 알고 적응하기까지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이렇게 미국은 건물외관에 브랜드만 적혀있고 아웃렛, 백화점, 마트 등 전혀 설명이 없는 곳이 많다. 마치 나 같은 이방인은 알고 싶으면 들어와서 경험해 보라는 것 같았다.


그러나 실상은 문화의 차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가 표음문자(表音文字)'기반인 것과 한글이 한자문화권인 '표의문자(表意文字)'인 차이도 있겠지만, 그보다 영어가 '브랜드인지도'에 대한 영향력이 크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 애플은 과일 사과와 IT기업이라는 브랜드의 애플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인들에게 '테슬라'나 '포드'는 그냥 자동차다.  한국인들은 한국에서  현대차나 기아차라고 '차'를 붙인다.


 

이는 모든 것에 공통적으로 적용되지는 않지만, 한국인들은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롯데마트가, 이마트가 더 편하게 느껴진다. 미국의 백화점은 메이시스 백화점이 아닌 '메이시스', 타겟마트가 아닌 '타겟'으로만 표기하고 불린다.


그런데 우습게도 나는 '타겟'이라는 글자의 로고타입과 실제 타겟이미지의 원형 심벌마크가 함께  새겨진 간판을 보고 한국어 뜻인 '표적'을 떠올렸다. 그리고 "데체 뭘 표적으로 한다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자주 가는 미국의 미술관은 '더 브로드(the broad)'인데,  한국에서 자주 가는 미술관은 현대미술관, 대림미술관 등이다.  나는 한국인이라서 여전히 브랜드에 뭐 하는 곳인지를 함께 표기하는 방식이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로마에 가면 로마법에 따라야 한다는 현실도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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