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내 친구는 술에 취해 물었다. 사랑만 있으면 될줄 알았지 가난이 죄가 되냐고. 내가 술잔을 따르며 답했다. 가난한 청년에게 사랑이란 어쩌면, 가장 품위에 맞지 않는 사치다. .. 나는 힘없는 노동자의 자식으로 태어났다. 낭만이란 나에게 무거운 짐처럼 느껴지는데 다들 낭만을 쏟아 부으라고 그러네 아직도 꿈은 많지만, 그렇다고 할 수 있는것도 없고 당장은 책임지고 싶은것도 없으니까 나 딴따라로 하루 벌고 하루 살련다. .. 우리 아버지, 내가 한양대에 붙었을때 빚까지 내서 나를 대학에 보냈는데 아들놈은 세상 밖에서 배우는게 더 많다며 졸업장은 의미가 없다며 휴학을 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동기들은 스타트업의 대표가 되거나 대기업에 들어간다. 평생을 배워도 바닥일줄만 알았던 녀석들도 양지로 하나 둘 올라갔다. 나는. 여전히 제자리다. 증명할 거리가 없다. 왕십리역 어두운 변두리 피시방으로 나는 오늘도 야간 알바를 하러 간다. .. 식대는 컵라면 한 그릇, 그것이 내 하루의 시작 그리고 하루를 시작하는 첫 담배. 고작 컵라면으로 살짝의 배를 채우고 태우는 담배 그 순간 이 지긋한 새벽의 냄새와 아우러져 나름 인생이 멋있는것 같다고도 생각이 든다 노상 테이블에 다리를 꼬아 앉아서 담배를 태우며 라면 용기에 재를 털어 낼때면 한숨만 나오지만. 나는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쓰레기다. .. 이번달 월세 빼면 남는돈도 없어서 담배라도 끊어야 하나.. 하며 줄담배를 태운다. 이 거지같은 곳에서 벗어나고싶다 취업난 이라는데 다들 취직도 하고서 결혼도 하고 집도 차도 마련하고 이직까지 고민 하는 애들도 있는 반면에 나는 교통비 아까워서 지하철로 한정거장 거리를 걸어다닌다. 그리고 최저시급받으며 피시방에서 일을 한다. 이곳은 마치 바퀴벌레집 같다. .. 어딘가 하늘에서 돈벼락이나 떨어졌음 좋겠다. 나를 놓아주지 않는 개차반 인생인가 내가 잡고있는 것이 개차반 인생인가. 태우던 담배를 라면 용기에 꺼트리며 구석에 박혀있지만 먼지는 쌓이지 않은 기타를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애기의 배를 간지럽히듯 줄을 튕긴다 나의 기타야 나 대신 노래를 불러다오. 우리의 울림이 언젠가 세상을 알아주지않을까 우리가 너무 빨랐던거야 원래 천재라서 힘든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딴따라 아니겠어? .. 빚까지 내서 성형하는 소녀들 우아함과는 거리가 먼 아름다운듯 빛나는 소녀 그리고 빚을 갚기 위해 몸을 파는 소녀들 홍등가 붉은 빛, 이 거리의 주인들이 줄을 서있다. 이 붉게 번진 거리가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자신에게 값을 매기고 흥정을 하는 소녀 아니, 여성. 나는 그 여성이 잃어버린 소녀의 삶을 느껴본다. 곱상하게 썩어버린 영혼들을 본다. 가엾고 딱 하다 근데 이쁘고 우아하며 침이 샌다. 홍등가의 붉은빛이, 나를 새빨갛게 울렸다. .. 나는 아직도 기타치며 노래 부른다 철도 들지 않았고 들고싶지도 않다 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우리 아버지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패륜을 저지르는 자식 뒤늦게 졸업해도 취직 못하는 후레자식 오늘도 어두운 골목 피시방의 어두운 모니터 앞, 새벽 네시 즈음 먹으러 나오는 컵라면 적당히 쓸쓸히 배를 채우고 담배를 태우며 구름낀 달을 올려다 보니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은 좆됐구나. .. 하루의 첫 담배는 날 행복하기 하지 언제까지 이러려나 텅 빈 지갑을 생각하면 담배도 끊어야 하는데, 세상이 나를 내버려둘 리가 없지. 다들 잘나가고 행복하게 사는줄만 알았는데 그런건 또 아닌가보다 생각이 들어서 안주하고 원래 딴따라는 얼굴 팔고 재능 팔고 사는건데 결국 목적 없는 꿈을 쫓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노래를 부른다. 너는 이런거 하지마라 .. 기타야, 나 대신 노래좀 불러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