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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선생 Sep 14. 2024

대형마트에 대한 애상(가난)

'애상'을 사전적으로 정의하면 '슬퍼하거나 가슴 아파함'이다. 대형마트에 대해 슬퍼하거나 가슴 아파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

어릴 적 빛바랜 생각이 아직도 생경하게 자리 잡은 것이 있다. 대형 마트에서 마음껏 물건을 담아보고 싶은 기억이다.

홈xxx, Exx 등 대형마트에 가면 프링글스, 홈런볼, 샤니빵, 호빵, 우유, 고기를 카트에 가득 넣고 집에 쟁여 놓고 싶었다. 부모님이  '아들아 담고 싶은 거 골라와서 마음껏 담아'라고 나에게 말하길 기대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카트에 담았던 기억이 있다.

바로.... 꿈.에.서.
나는 어릴 적 대형마트에 가본 기억이 없다. 그렇게 식료품을 소비하면서 살 여력도 없었다.

가난하면 엥겔지수가 높다고 하지만 너무 가난하면 엥겔지수 자체가 높아질 수 없다. 그래서 천국 같은 대형마트가 내겐 애증 아닌 애상의 대상이 되었다.

그때 가장 부러웠던 초등학교 때 친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네 집에 가면 그렇게 먹을 것이 많았다. 식탁 위에, 냉장고 안에, 친구방 안에 가득한 먹거리들을 보며 여기가 천국이 아닌가 상상을 했다.

그 친구네 집에 가면 가끔 부모님이 오셔서 대형 마트에 가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나도 같이 가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고 나는 대뜸 대형마트에 따라갔다.

친구 부모님은 "네가 먹고 싶은 것 골라와"라고 마트에 도착하자마자 이야기하셨다. 우와... 내가 정말로 듣고 싶은 말이었다.

네가 먹고 싶은 것 골라와. 나에게 이렇게도 평범한 말이 왜 이렇게 평범하지 않은지 그땐 몰랐다.

살아가다 보니 평범한게 진짜 어려운 것 같더라. 평범하게 태어나고 평범하게 학교에 가고 평범하게 대학에 가고 평범하게 취직을 하고 평범하게 결혼을 하고 평범하게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죽는다.

그런데 이 평범 속에서 우리가 정말로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얼마나 될까?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역설이 우리네 삶에 가득하다.

“마음껏 담아, 마음 가는 대로 해, 마음껏 해봐. 이런 말을 들으면 설레는가? 설레지 않다면 당신은 대형마트에서 마음껏 고를 수 있는 환경에 살았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 인생한번 마음껏, 마음 가는 대로 한 번을 해봐도 되지 않을까?”


[실질적 지침]
- 내가 하고 싶은 공부, 내가 하고 싶은 음악, 내가 하고 싶은 글쓰기 마음껏 해보자. P처럼 지도에 볼펜을 던져 여행을 떠나도 좋고 하고 싶은 일을 기록한 다음 펜을 굴려 하고 싶은 일을 해봐도 좋다. 1번쯤은 하고 싶은 일을 하자
- 혼자 있을 때 하고 싶은 말과 행동도 막 해보자!(단 불법적이거나 자해성은 하지 말고) 욕도 좋고 엽기적인 표정도 좋다. 의외로 스트레스가 풀린다.
- 마음껏 하자 그런데... 행동에 책임은 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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