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이 가벼우면 마음이 무겁다’ 프랭클린의 이 말은 내 마음 한 켠에 존재했다. 누가 가난하고 싶어 가난했을까?
태어나보니 가난했던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중고등 학생 때 가난해서 발생했던 일들은 참으로 많다. 급식실에서 들렸던 '삐이익'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내가 급식을 먹을 당시만해도 급식실에 들어갈 때 학생증을 찍었다. 그때 들려오는 두 가지 소리가 있다.
가난
먼저 삑 하는 소리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삐이이익 하는 소리이다.
삑 소리는 급식비를 정상적으로 납부하여 급식판으로 향하는 문을 통과할 때 나는 소리이다. 마치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때 통과하는 당연한 과정의 소리이다. 그러나 내겐 다른 소리가 들렸었다. '삐이이익'은 급식비를 납부하지 못해서 사람들이 나를 쳐다볼 때 나는 소리이다.
해필 '강'씨여서 맨 앞번호로 급식을 받을때 배고파 움켜진 배를 잡고 뛰쳐나와 길게 늘어선 학생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 보았다. 그 순간 나는 무엇이라 형언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누군가의 주목을 받고 싶다면 급식비를 내지 않으면 됐다. 아니 못 냈으면 됐다.
지금이야 무상급식을 실시해 이런 일이 없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그게 급식실에서 났던 소리였다.
"급식실에서 삐이익 소리는 나를 규정짓는 소리이기도 했고 내가 비참해진 소리이기도 했다."
학창시절 내겐 같은 소리이지만 다른소리가 또 있었다.
공부를 위해 참고서와 문제집을 사는 것은 굉장히 평범해 보이지만 나에게는 평범하지 않은 일이었다. 나의 가정 형편을 아신 선생님은 그럴 때마다 나를 불러 여분의 교재를 주시곤 했다.
선생님들 자리에 가보면 많은 참고서와 문제집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를 받았었다. 괜히 그 문제집과 참고서를 받고는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마음 한켠에는 또 한 번 급식실의 삐이이익 소리가 울리는 느낌이었다.
정확하게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선생님이 문제집과 참고서를 가져가라고 나를 부르지 않았다. “왜 안부르지?”, “교재가 남는 게 없나?” 나는 괜히 안 가던 교무실에 들러 힐끗힐끗 선생님 책상을 바라보곤 했다. 교재가 있었지만 나를 부르지 않았다. 매 학기 받다가 안 받는 학기가 있으니 왠지 서운했다.
그러나 나도 안다. 선생님이 나에게 책을 줘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그 학기는 마음이 무거운 채로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가난이 의무는 아니었겠지만 누군가에겐 가난이 의무였다. 다른 의무도 많은데 굳이 가난이 나에게 의무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다 살 수 있는 저 평범한 문제집과 참고서는 지갑이 가벼운 나에게 무거운 짐 같았다. 나에겐 가난이 의무였다.”
[실질적 지침]
- 가난해도 용기가 필요하다. 만약 이런 가난의 상황에 처한다면 선생님께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참고서와 문제집을 받자. 그 빚진 마음을 갚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보자
- 학기 초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선생님께 솔직하게 고백하고 성실하게만 생활하자
- 그때 어려운 상황을 블로그, 일기 등에 기록하자 나중에 추억이 되고 당신의 이야기 거리가 되고 어쩌면 책을 쓸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