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별의 소리

그 소리는 무언가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웃음소리처럼 들리기도

by 도영

우리가 잘 안다고 알려진 섬이 하나 있다. 비행기를 타고 드나들고 우리 국가의 영역으로 인정하고 있는 작은 섬. 하지만 사실 그렇게 작은 섬도 아닌 넓고 아름다운 섬. 지금까지도 다른 지역에 비해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어 아름다운 숲과 맑은 바다를 보러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기도 하는 섬이다. 당연하게도 이 섬이 집인 자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 섬 구석구석 어딘가엔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이 있다. 그런 곳 중 하나가 바로 내가 이번에 다녀온 '그곳'이다.


성하도(星下島), 이번 여행이 그 섬에 닿은 첫 발걸음은 아니었다. 나는 종종 쉬어가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데 가까운 그 섬으로 떠나 쉬어가곤 했다. 하도 자주 다니다 보니 이 섬에서 내가 가지 못한 곳은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 여행도 특별하진 않았다. 내가 좋아하던 곳들 중 한 곳에 발을 들여 쉬어가는 것이 전부인 평소와 똑같은 여행의 일부였으니 말이다.

조금 걷다 식사를 하고 여행 온 사람들을 구경하다 보면 하루는 금세 지나간다. 내일은 어디를 또 다녀올까, 고민하며 잠을 청하려다 어쩐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오래간만에 '그곳'에 가자.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숙소를 나왔다. 밖에 나오자마자 코에 닿는 밤의 향기에 괜히 더 들뜬 마음이 들었다. 차가 쌩쌩 달리던 도로도 해가 지니 조용해지고, 사람들이 잔뜩 걸어 다니던 바닷길 위도 개미 하나 보기 어려웠다. 내가 숙소를 잡은 곳이 번화가가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자주 찾는 섬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자주 닿지 않는 조용한 곳이 존재하니까.

나는 맥주 한 캔을 사다가 그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들떠 그곳으로 빠르게 걸어 나갔다. 그곳은 지난번 여행 때 무작정 걷다가 발견한 곳인데,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낡은 항구였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만큼 가는 길엔 가로등마저 없었으며, 밤바다의 목소리만 울려 조용히 별을 바라보기도 좋은 곳이었다. 꼭 나 혼자만 알아낸 비밀 장소처럼 느껴졌다.

전보다 더 늦은 새벽에 그곳에 발을 내린 나는 괜히 더 쌀쌀한 기분이 들어 들고 온 외투를 챙겨 입고 바다가 잘 보이는 땅의 끝에 앉아 맥주를 깠다. 맥주를 한 잔, 두 잔 들이키며 찰랑거리는 바다와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봤다. 짙은 남색의 밤하늘에 선명하게 보이는 별, 그리고 그런 짙은 하늘과 빛나는 별을 가득 담아내는 맑은 바다. 아, 이 아름다운 풍경을 어찌 말이나 글로 쉽게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마치 그 풍경에 홀린 사람처럼 맥주를 마시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찰랑찰랑 물이 오르는 소리, 가끔 지나가는 풀벌레의 소리, 맥주를 마시는 소리, 작게 울리는 내 숨소리….

이 순간으로도 참 좋다고 생각했다. 편안하게 홀로 쉬어가는 기분이 든다.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아 다른 사람들의 일상에 대해 생각하거나 나와 비교하지 않아도 되고, 시끄러운 도시 소음이 머리 위로 떠다니지도 않는다. 사람의 발길도 닿지 않아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그대로 보존된 곳, 나는 이곳을 '쉼터'라고 불렀다. 마치 내 모든 것을 내려놓고 걱정 없이 쉬어갈 수 있는 곳이었으니까. 나는 맥주가 떨어질 때까지 그곳에서 넋을 놓고 앉아 있었다. 참 바쁘게 살아온 내 시간들을 돌아보며 괜히 울기도 했다. 뭐가 그리 급해 쫓기듯 바쁜 삶을 살아왔을까. 이렇게 쉬어가도 늦지 않는데. 잠시 쉰다고 내 모든 것이 망가지지 않는데. 무엇이 그리 불안해 나는 이 아름다운 것들을 바라보며 쉬어가지 못하고 달려왔었을까.

쉼터에서 쉬고 돌아가면 늘 무언가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 다음에도 또 와야지, 그런 생각을 했다. 곧 해가 뜰 것이다. 빈 맥주 캔을 들고 자리에서 막 일어설 때, 조금 옅어진 색의 밤하늘 위로 별무리가 쏟아졌다. 별똥별이다. 그 찰나의 순간이 어찌나 빨리 지나가던지 갑작스러운 상황에 소원을 빌 틈도 없었다. 나에겐 갑작스럽게 생긴 타이밍에도 떠올릴 만큼 간절한 것이 없었던 것인지, 조금 허탈한 웃음을 짓고 발걸음을 돌렸다. 숙소로 돌아가 씻고 잠고 일어나 저녁에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피곤해진 몸을 이끌고 숙소로 걸어가려는 찰나, 어디서 처음 들어보는 소리가 울렸다. 소리가 들리는 곳을 찾아 다시 내가 바라봤던 그 풍경을 눈에 담았다. 하늘에서 많은 별들이 쏟아졌다. 별똥별이 저렇게 잔뜩 떨어진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없었지만, 아무렴 어때. 내겐 그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 풍경은 마치… 쉼터가 쉬어가는 내게 큰 선물을 주는 것이란 착각도 들었다. 내가 들었던 소리는 별이 떨어지는 소리구나. 별의 소리. 그래, 별의 소리였다. 나는 별의 소리를 들으며 한참 그 풍경을 바라봤다. 그 소리는 무언가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웃음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어쩌면 별의 소리는 별들이 내는 마지막 소리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상식으로는 별이 제 수명을 다 하고 떨어지는 것이니 말이다. 별이 떨어질 때마다 바다도 요란하게 철썩거렸다. 마치 바닷속에 있는 물고기들도 그 별들을 바라보고 흥분한 것처럼 느껴졌다. 혼자 있음에도 이 풍경을 혼자 본다는 생각에 아쉬운 생각이 들진 않았다. 바닷속에서 함께 바라보고 있는 자들이 있다고 느껴졌으니 말이다.

나는 결국 다시 자리에 앉아 별이 다 떨어진 후에도 한참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이제 들리지 않음에도 별의 소리가 자꾸 귀에 맴돌아 떠나지 않는다. 바다마저 잠잠해졌는데, 나는 여전히 별이 떨어지는 그 순간에 취해있는 듯했다. 한참 거기 취해있다 보니 금세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해가 조금씩 모습을 보이자 깜깜해 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아까 바다로 떨어져 몸을 던졌던 별무리 같은 것, 까맣게 보이던 하늘의 풍경의 밝은 색…. 나는 일출을 보고 해가 완전히 떠오르면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떨어지지 않았던 마지막 별이 해가 떠오름과 동시에 떨어져 내가 있는 곳 가까운 곳 바다에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홀린 듯 그 별을 바라보다 그 별이 점차 내 쪽으로 가까워졌을 때 나는 잠시 굳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물론 그것도 잠시 별이 떨어지며 닿은 바다로 시선을 돌리게 됐다. 나는 그 바다의 풍경을 바라보고 숙소로 마구 뛰어갈 수밖에 없었다.


별의 소리는 바로 불에 타 떨어지는 그들의 소리였다. 그가 떨어진 바다의 풍경은 하늘에서 떨어진 많은 별들의 시체였으며, 그것들을 갉아먹는 까만 뱀들의 모습뿐이었다. 이곳을 더 이상 바다라고 할 수 있는가? 나는 겁에 질려 미친 듯이 달리고 또 달렸다. 더 생각할 여유는 없다. 눈알, 다리, 팔, 손가락… 작은 것 하나하나 파먹고 있는 까만 뱀들, 그리고 뱀들에게 몸을 맡긴 채 그것들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많은 사람들…. 별의 소리는 그들이 마지막으로 낼 수 있는 유일한 소리였다.

이후 어떻게 돌아온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한동안 성하도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아름다운 그 섬에 무슨 비밀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 누구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았지만, 나는 그곳을 '죽음의 섬'이라고 불렀다.





오래전, 제주도에 다녀왔다. 휴식을 취할 겸 다른 사람들을 쫓아 떠난 여행이었다. 제주도에서 날씨가 좋지 않은 날도 있어서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면서 편히 쉬었던 것 같다. 제주도에는 참 많은 고양이들이 있었는데, 고양이들이 주인인 섬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모든 것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결국 헤카테 유니버스에서 다루는 죽음에 대해 쓰고, 오늘의 단편이 나왔으니 말이다. 종종 사람들의 죽음이 아름답게 포장되는 경우가 있다. 그의 삶은 멋진 삶이었다고 모두 입을 모아 말한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결국 같은 것이고 맞이하기 두려운 것일 텐데도 말이다. 내가 아무리 의미 있는 삶을 살았다고 해도 죽음까지 다른 사람보다 의미가 더해지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모두에게 죽음의 무게는 동일하다. 누군가에게 빼앗긴 목숨이 아닌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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