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쉬고, 다시 마셨다.
아냐, 이건 단순히 이상한 일이 일어난 게 아니야. 무언가 잘못되었어. 나 언젠가 죽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아. 장난이 아니야. 이건 단순히 꿈 이야기도 아니야. 내가 숨을 쉬다가 잠시 숨을 참아봤어. 근데 놀라운 걸 발견했단 말이지…. 왜 이걸 여태까지 몰랐을까?
여자는 잠에서 깨어나 간단히 씻고 아침을 먹었다. 휴일이란 이런 것이다. 느지막하게 일어나 먹고 싶었던 아침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 급하게 쫓겨서 아침을 거르는 일도 많았고, 바쁜 시간 때문에 식사를 하더라도 먹고 싶은 것이 아닌 간단한 것을 먹곤 했으니 말이다. 얼마 만의 휴일이더라? 여자는 그것조차 생각할 겨를 없이 휴일을 즐겼다. 베란다로 나가 바깥 풍경을 내려다보고 숨을 깊게 내쉬고, 다시 마셨다. 숨을 마신 채로 다시 내뱉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편히 내쉬고 숨을 꼭 참아본다. … 무언가 이상하다.
여자는 이상한 기분에 한참을 숨을 들이마시지 않은 채 참았다. 숨이 막히지 않는다. 마치 처음부터 숨을 쉬지 않았던 사람처럼 지금 상태가 편안해졌다. 숨을 쉬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 밖을 내다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무언가 이상하다. 잘 걸어가던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무언가 단단히 잘못됐다. 꿈인가? 이게 꿈일 리가 없다. 아무리 생각하고 되짚어봐도 이건 꿈이 아니다. 순식간에 사람들의 시선이 여자에게로 향한다. 그 시선이 숨을 참는 것보다 더 숨 막히게 느껴진다. 여자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심장이 조여 오는 기분이 들어 인상을 찌푸리며 베란다에서 거실로 나와 뛰어가는데 집안이 온통 까맣다. 집의 흔적이 존재하지 않는다. 여자는 어둠 속을 뛰고 또 뛰어 도망친다.
여자는 멈출 수 없다. 왜 여태까지 이걸 몰랐을까?
하나, 둘… 지나간 기억들이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여자는 평범한 삶을 살았다. 평범한 어머니를 만나 자랐고, 평범한 자매와 지냈다. 탈 없이 학교를 졸업했고, 직장이 생겼다. 하나씩 이루고 성장해 나갈 때마다 그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스스로의 삶이 가치 있다고 느껴졌다.
맞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동생을 끌어안고 같이 얼마나 많이 울었던가. 끝내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우리 같이 잘 살아가자고, 어머니에게 부끄럽지 않은 딸들이 되자며 다짐하기도 했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전보다 더 자주 지치기도 했지만 함께 살아가게 된 사람들의 손을 잡고 같이 쉬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살아왔다. 아직 살아있었기에, 살아가고 있었기에 모든 두려움은 금세 무너지기 일쑤였다. 제아무리 힘들어도 내일은 똑같이 찾아왔고, 결국 또 살아가게 되었으니 말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며칠을 집 밖에 나가지 않고 죽은 사람처럼 누워있기도 했지만 그것도 결국 살아온 모든 시간들 중 아주 잠깐일 뿐이었다. 병원을 다니며 다시 건강해지고, 하고 싶었던 일들을 찾아 앞으로 나아갔고, 전보다 더 행복해졌다.
어쩌면 여자뿐만이 아니다. 여자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처럼 살아갈 거라고 생각했다. 각자의 인생을 아름답게 꾸미고 살아가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삶이라고 생각했다. 여자가 수명이 다해 죽음 가까이 닿았을 때도 가치 있는 삶을 살았다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의 삶이 다 이렇게 가치 있을 거라고 믿으며 눈을 감았다. 완전히 죽음에 닿아서도 그는 후회 없이 떠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죽음에 닿았을 때, 그 생각이 전부 깨져버렸을 뿐이다.
죽음을 인도하는 신은 죽음으로 사람들을 말 그대로 이끌어줄 뿐, 더 이상 그들에게 관심 가져주지 않았다. 죽은 사람들은 '가치 없는 돌멩이'일 뿐이다. 살아있는 자들만이 '빛나는 보석'일 수 있다.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 뛰고 또 뛰어 죽음의 굴레에서 도망치다가 망가진다. 망가져 환상에 빠져 자신이 새로운 삶을 받아 다시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믿다가 어느 순간 그 환상에서 깨어나 다시 또 그 어둠 속에서 알 수 없는 것들로부터 도망치기 시작한다.
여자의 생각이 맞았다. 모두 각자의 인생을 꾸미면서 똑같이 살아가고 있다. 마치 게임 속에서 여러 캐릭터들이 살아가는 것처럼. 단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뿐이었다. 신은 사람들이 죽음에 닿기 전까지 악착같이 살아내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했다. 그들이 무너지면 흥미롭게 지켜봤으며 일어나지 못한 사람들은 가치 없다고 취급하며 죽음을 내려줄 뿐이었다. 그저 정해진 수명을 살아도,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어도, 사고를 당해 죽어도 사람들은 모두 신 앞에서 '죄인'이 되었다. 더 이상 빛날 수 없고 숨 쉴 수 없기 때문이다. 살아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게임 속에서도 볼 수 없는 망가진 데이터 조각에 불과했다. 이것은 가치 있는 삶이라고 할 수 있는가? 살면서 내쉬었던 숨은 정말 '숨'이라고 할 수 있는가?
끔찍하다. 여자는 다시 미친 듯이 도망칠 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죽음 앞에서는 모두 가치 없는 돌멩이일 뿐이다.
어릴 때부터 죽고 난 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많았다. TV나 인터넷만 보아도 귀신을 보았다거나 사후세계를 다루는 이야기라던가, 환생을 이야기한다거나 혹은 신에 대한 이야기…등등 죽음 이후의 이야기들에 대해 많이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릴 땐 그것들을 믿지 않았다. 죽고 나면 모든 게 끝일 거라고, 내가 죽어서 다른 것들을 눈에 담고 생각할 틈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단편에서 엿볼 수 있는 대로 헤카테 유니버스에서 죽음은 끝이다. 사후세계는 신, 헤카테가 만든 환상이며 환생은 글쎄. 그것도 정말 모두 환상일까? 앞에 다른 단편에서 써진 이야기들은 전부 사람들의 환상으로 적힌 이야기일까? 이렇게 단편을 쓰면서도 그 이야기에 확실히 그렇다고 답하지는 못할 것 같다. 헤카테 유니버스는 매우 모순적인 세계관이니 말이다. 결국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당신은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결국 하나의 '기계'라고 부른다거나, 아름다운 사랑이나 환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그것이 전부 환상이라고 말한다거나. 당장은 어떤 것도 사실일 수 없다. 세계관은 이미 모순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창작일 뿐인 세계에서 그 모순을 벗어던진 글을, 세계관에 담긴 진짜 진실을 담을 수 있는 날이 올까? 과연 이 모든 단편들은 하나의 의견일까, 사실일까? 아직 나조차도 모르는 일이다. 세계관은 이제 만들어지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