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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록 Mar 06. 2024

다시, 반지하

나의 첫 자취집

 나는 첫 자취집으로 반지하를 선택했고 계약기간이 끝나는 2년 뒤 이곳을 탈출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아빠는 내가 고등학생일 때부터 기러기 아빠였고, 엄마는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 곁에 남아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했다. 부모님은 경제적 자립도 되지 않은 나를 독립시키기엔 무리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나는 학교생활을 마치고 22살에 조기 취업을 했고 더 이상 부모님의 손길이 필요 없어졌을 때 엄마도 귀향을 결정할 수 있었다. 자연스레 독립을 하게 되었다.



  나는 당장 살 집을 구해야 해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살면서 처음으로 부동산 중개 어플을 들여다봤다. 보고만 있는 건 노력하지 않는 기분이 들어서 발품 팔기도 했다. 부동산은 들어가 볼 일이 없으니 신기하기도 했고 한편으론 어린애가 장난친다고 생각할까 봐 두려웠다. 중개인은 나이와 상관없이 손님으로 대하는 사람도 있었고, 예상대로 무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열심히 중개인을 따라다니며 집을 구경했다. 아무리 찾아봐도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사실 마음에 드는 곳이 없다기 보단 너무 비싼 월세가 내 상황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월세는 집 상태와 비례한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구옥이 많았기 때문에 집 상태가 좋지 못한 편이었다. 결국, 저렴한 월세를 선택하고 햇빛을 포기하기로 하며 반지하 집을 선택했다. 계약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진행됐고 계약하는 동시에 퇴거일까지 눈에 익혀놨다.


‘절대 재계약은 없다.’



 남들이 볼 땐 살아보지도 않고 탈출계획부터 세우냐 생각하겠지만 결코 아니다. 나는 어렸을 때 반지하에 오래 살았기 때문에 다시는 반지하에 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반지하의 단점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선택한 이유는 사회초년생인 나의 경제력과 타협한 것뿐이다. 오히려 반지하 생활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방황하지 않고 다음 계획을 빨리 정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반지하에 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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