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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저녁, 차가운 새벽

by 김태양 Dec 25. 2024


가을이 되면 저녁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나를 맞이한다. 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물러가고, 그 자리를 차지한 가을의 공기는 차분하고 고요하다. 해가 지면 하늘은 붉은빛으로 물들고, 그 따스한 빛은 내 안의 긴장을 풀어준다. 저녁의 공기는 가볍고 포근해서, 마치 나를 감싸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 속에서 나는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지나온 하루의 무게를 잠시 잊는다. 저녁의 따스함은 모든 것의 끝이 아닌, 잠시의 쉼을 선물하는 시간이다. 이 따뜻한 공간 속에서 나는 내가 무엇을 위해 달려왔는지, 그저 잠시 멈추어 생각할 여유를 가진다.


하지만, 그 따스함도 오래가지 않는다. 하늘이 깊어지며, 어둠이 차분히 내려앉을 때, 가을의 새벽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가을의 새벽은 차갑고, 그 차가운 공기는 어둠 속에서 나를 깨운다. 문을 열면, 밤의 냉기가 얼굴을 스치며 나를 자극한다. 그 찬 바람 속에서 나는 잠시 움츠러들지만, 동시에 새롭게 깨어나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느낀다. 새벽의 차가움은 마치 모든 감정이 생겨나는 시작을 알리는 것처럼 다가온다. 잠시 어리둥절한 마음을 뒤로하고, 나는 새벽을 마주하며 하루를 다시 시작할 준비를 한다.


그 차가운 새벽은 언제나 나를 깨어나게 한다. 마치 차가운 물을 한 모금 마시고서, 내 안에 갇혀 있던 생각들이 조금씩 풀려나가는 듯하다. 새벽은 나에게 매일을 시작할 힘을 준다. 그 힘은 마치 하늘을 향해 내뻗은 손처럼, 내 삶의 방향을 다시 설정하게 만든다. 새벽의 차가움 속에서 나는 내가 지나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되새긴다. 어둠 속에서 감춰졌던 나의 진짜 모습이 드러날 때, 나는 그 속에서 다시 한 번 나를 찾는다.


가을은, 그렇게 시간의 흐름을 몸소 느끼게 해주는 계절이다. 저녁과 새벽이 반복되면서 내 마음 속에서도 작은 변화가 일어난다. 저녁의 따스함은 내 마음을 감싸주고, 새벽의 차가움은 내게 다시 일어설 힘을 준다. 그 두 시간 속에서 나는 늘 변화하고, 때로는 조금씩 성숙해진다. 가을은 어쩌면 그런 계절일지도 모른다. 두 극단적인 시간, 따스한 저녁과 차가운 새벽을 통해 내 마음은 매일 조금씩 변화하고, 나아간다.


때때로, 나의 마음속에서 이 두 시간은 갈등처럼 느껴진다. 저녁의 따스함 속에서 머무르고 싶지만, 새벽의 차가움이 나를 끌어당긴다. 그 두 시간의 사이에서 나는 매일 조금씩 더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을은 결코 편안한 계절이 아니지만, 그 안에서 나는 나만의 속도로 변화하고 성장한다. 매일 저녁을 맞이하며, 다시 하루를 마무리하고, 새벽을 맞이하며 다시 시작하는 것. 그 반복 속에서 나의 존재는 더욱 또렷해진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가을의 저녁과 새벽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따스한 저녁에 잠시 쉼을 얻고, 차가운 새벽에 다시 일어나는 것. 그 속에서 우리는 나를 찾고, 내가 나아갈 방향을 다시 설정한다. 모든 것이 변하고, 그 변화를 받아들이며, 우리는 더 나은 자신으로 나아가게 된다. 저녁의 따스함과 새벽의 차가움을 지나며, 우리는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이 변화 속에서, 나는 조금씩 더 나아가며, 내 안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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