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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양 Nov 09. 2024

밤배 타고 오시오


밤배 타고 오시오


행여 누군가,

어디로 그리 바삐 가느냐 묻거든


은빛 물결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달 건지러 간다 하시오


그것도 안 되면,

옥빛으로 엮은 사다리에 올라

잠시, 찰나 같은 그 순간만을 기다리시오


가는 바람 내 손끝에 쥐고

달음 위에 발을 얹고

심원한 그리움으로


곱게 땋은 머리,

마지막 눈 맞춤의 자리,

바람에 피는 풀잎 소리 하나 없으리라


서로가 아로 새긴 약속 하나 품고

내가 떠날 때가 멀었소 하니

그대는 새벽이 가까울 뿐이오


행여나, 행여나 하는 일에는

밤배, 밤배를 타고 오시오


나 또한 그대를 향해

기꺼이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그대 닮은 꽃을 꺾어

달빛을 거드는 촛대처럼 세워 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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