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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양 Nov 10. 2024

새벽 어귀에서


저물녘, 윤슬 같은 이름들

골목 끝으로 흩어질 때면


나는 누나와 그 자리에 서

조용히 그 뒤를 바라보았습니다


우리 집 앞에는

튼튼 나무, 노인 나무, 구부정한 나무, 동강 나무

모두 살며시 잎을 흔들며 잘 자라며 인사해 주고요


덕분에 잎끝마다 지나온 얼굴들에

소리 없이 잠이 내려앉습니다


새벽빛이 창문 틈으로 스며들 때면

아버지의 왼쪽 발과 오른쪽 발은

각각 대문 안과 밖에 남고요


그사이 나와 아버지의 그림자가

나란히 포개어집니다


닳고 닳은 삐걱 소리

쾅! 소리로 풀소리와의 슬픈 작별을 고합니다


침묵, 세상 모두의 침묵

미세한 연기 묵은 숨결이

잠시 흐릿하게 사라집니다


이제 나는 그 길 위에 서서

조용히 그리움을 놓아둡니다


어린 시절

잎새 사이로 소리 없이 스며든

그림자 그 그림자 다시 한번 껴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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