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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양 Nov 15. 2024

어느 길에 선 내가 맞나요?



매일이 마치 딱딱하게 굴러가는 톱니바퀴 같다. 눈을 뜨고 창밖으로 흐릿하게 쏟아지는 햇빛을 마주할 때, 아침이라는 시작이 오늘도 어김없이 내게 닥쳐온다. 어제도 그랬고, 그 전날도 마찬가지였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며, 이 모든 게 진짜 내 모습이 맞는지, 어딘가 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익숙함 속에선 자꾸만 나를 찾고 싶은 마음이 피어오르지만, 마치 그 마음마저 톱니바퀴에 끼어 있는 것처럼 무기력하게 느껴진다.



늘 다니던 길, 같은 길을 걷지만 가끔은 모든 풍경이 낯설게 다가온다. 거리의 상점들, 신호를 기다리며 스쳐가는 얼굴들. 언제나 마주하던 장면이 오늘은 왠지 색이 바랜 듯 어딘가 이질적으로 보인다. 이 길이 내 길이 맞나? 혹시 나는 길을 잘못 들어선 게 아닐까? 오늘도 어제와 다르지 않은 풍경 속에서, 내가 여기에 속해 있지 않은 것 같은 불안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익숙한 것들 속에 머물고 있지만, 그 속에서 나는 점점 더 낯설어진다.



그러다 문득, 생각한다. 내가 놓쳐 버린 건 무엇일까? 이 길 위에서 반복적으로 내딛는 걸음걸이 사이에 내가 모르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나는 매일 이 길을 걸으면서도 어딘가 닿고 싶은 곳을 찾지 못한 채 맴돌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순간에도, 그 속에서 나는 어쩌지 못하고 멈추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무의미해 보이는 오늘의 길 위에 무언가 중요한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확신. 그것이 바로 내가 계속 이 길을 걸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가끔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본다. 푸른색이 더욱 짙어 보이는 날,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디에 있는가?” 그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다는 사실이 때로는 두렵기도 하다. 매일 같은 길을 걷고, 같은 풍경을 마주하면서도 나를 붙잡아주는 건 작은 변화의 순간들이다.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햇빛, 사람들의 웃음소리. 어쩌면 이런 일상 속 소소한 풍경들이 나를 일깨우고, 내가 잃어버린 나의 조각들을 되찾도록 돕는지도 모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생각한다.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에게 닿을 수 있을까?” 길 위의 모든 장면들이 마치 나에게 말을 거는 것만 같다. 익숙함 속에서 놓치고 있던 나를 찾아내는 것은 결국 매일 반복되는 이 길을 걷는 내가 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반복되는 이 속에서도, 매일 조금씩 다른 내가 있다.



그래서 나는 내일도 같은 길을 걸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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