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전국일주 부산 편 Part.1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안개 때문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서 한숨 자고 나니 배가 고팠다.
새벽이라 라면 외엔 뚜렷한 끼니도 없었고 결국 딱 허기만 달랠 정도만 먹자 하고서......
이게 최선이었다.
어차피 부산 가서 제대로 된 거 먹어보자 하고서 잠도 깨고 별의별 핑계를 여기에 눌러 담아 해치우고
안개가 걷어진 뒤에 다시 달리고 달려 무려 11시간 만에 부산에 당도했다.
말로만 듣던 극악의 도로를 경험하며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는 다짐이 떠오른 뒤에
좀 쉬어야겠다 하고 해월정에 도착했는데
이렇게까지 날씨가 좋을 줄이야!!!
그냥 바다 보는 건데 11시간 동안 내려온 보람이 이 한순간에 몰려왔다.
근데 이걸로 모든 걸 내려놓으면 아무 곳도 못 갈 것 같았다.
해월정 보러 여기 온 게 아니니까 진짜 첫 목적지로 향했는데
이게 또 내려오기 전에 첫 번째 일정으로 진행한 것과 연관이 있었다.
바로 부산 영화의 전당!!!
소싯적에 영화 동아리에서 영화도 만들어봤을 정도로 영화 보는 걸 좋아했던 입장에서
부산에 오게 된다면 이곳을 꼭 찾아가 봐야겠다 생각하던 중에 지인이 여기서 부산국제영화제 스텝으로 일하고 있어서 여차저차 찾아가게 되었는데 늘 티브이로만 인터넷으로만 보던 곳을 진짜 와보게 되니 솔직히 실감이 잘 안 되었던 것도 있었다.
여기서 만난 지인과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현재 상영 중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상영관을 못 찾아서 뒤로 미루고 있던 영화가 상영 중이라는 소식에 일사천리로 표를 잡게 되었다.
물론 밤늦은 회차라 여길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점만 빼면??????
그래도 본다는 게 어디겠냐는 생각이 들었고 지인 찬스 덕분에 낭만의 완성을 지을 수 있다는 점에
계획하지 않은 보너스라는 흐뭇함이 절로 들었다.
부산에 온 김에 친한 누나를 만나기로 했다.
대학교 새내기 때 덜컥 붙은 해외봉사활동 프로그램에서 친해진 누나였는데
전국일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부산에 오면 본인부터 만나자고
이 여정을 의도치 않게 부추긴 점도 있었는데 부산에서 점심을 같이 먹기로 하고
영화의 전당에서 안락역 쪽으로 향했다.
근데 지하철을 타자고????? 콜!!!
콩나물시루 같은 서울과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도 있었고
고작 국내 여행인데도 갑자기 해외로 떠난 듯한 착각까지 들면서
공식적인 첫날부터 흥미진진한 마음이 들었다.
몇 년 만에 만난 거라 지하철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디로 가는 지를 물어보지 못했는데 지하철을 내려보니 도착한 곳은 부산교대 근처였다.
아직 더위가 가시기 전인데다 냉기가 약간은 감돌았던 서울과는 다르게
이 당시의 부산은 아주 과하게 따뜻했다.
그 말인 즉슨 강 건너 북한과 맞닿은 곳에 사는 내 입장에서 부산은 더웠다......
그래서 무조건 시원하고 찬 것만 찾는 상황이 되었고
친한 누나 입장에선 그게 웃겼는지 헤어질 때까지 웃다 지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간단하게 두시간 만나자고 한 게 어쩌다 보니 세네시간이 지나있었는데
각자의 일정이 있었기에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그렇게 다시 지하철을 타며 다시 남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릴 곳을 놓칠 뻔한
코믹한 마지막을 끝으로 다시 새로운 곳을 향해 출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