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이 아니야 이게 다가 아니야!
한동안 경기도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졌다.
그도 그럴 것이 3번에 걸쳐서 북부부터 동부 남부 서부까지 들쑤시고 다녔는데
여기서 뭘 더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따라붙었고
그렇게 경기그랜드투어는 수면 밑으로 갑자기 쑥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다 시즌 3을 끝낸 지 10개월이 지나고 새로운 시즌을 이어가 봐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물론 누가 이런 걸 시키고 또 누가 이걸 하겠다고 하겠는가.....
아무튼 올해가 네 번째니까 시즌 4로 진행하고
소박하게 주말마다 사부작사부작 병행하면서 세 번의 시즌동안 놓친 곳들이거나
사로잡힌 곳들을 찬찬히 돌아보려는데 가본 곳들이 생각보다 많다.
꼭 이럴 때만 소거가 참 어렵다.....
대망의 시즌 4 첫 번째 여행지!!! 를 가는 길에 고속도로가 막혔다.
대안 경로를 찍었더니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지나 갑자기 골프장 쪽으로 길을 안내한다.
갑자기 퍼팅을 해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었는데
뭐..... 예상치 못한 푸르름과 함께 골프를 치기엔 이른 시간과
와이퍼를 켜기엔 소소한 우천 속에 한적한 드라이브가 되어 그랜드투어링을 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 되었다.
골프장을 가로질러 도착한 첫 번째 탐험지 아니 여행지는
용인에 자리 잡은 벗이미술관이었다.
곤지암 쪽으로 넘어가는 생각지 못한 위치에 자리 잡아서 찾아가는 길 내내
머리에 물음표를 달고 달렸는데 지난 시즌 양평 이재효 갤러리를 방문했을 당시에 느꼈던
'이런 곳이 있었나'하는 생각부터 바로 들었다.
전시는 멀리서 찾아온 보람이 느껴질 정도로 좋았는데
무엇보다 2층에 시원시원하게 배치되어 전시된 Obig & Koke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서
마스크가 필수가 되기 전 누렸던 일상과
20대 시절 패기 넘치게 살아왔던 10년의 과정에 대해 잠시 향수에 빠져
한참 동안 작품들을 보고 있었다.
(작품도 작품이었지만 습한 날씨에 보배와도 같았던 에어컨 바람도......)
그리고 2층 끝에서 만난 설치미술 작품은
이곳을 보기 위해 아침부터 부지런히 경기도를 가로질러 온 것에 대한
불꽃놀이 같은 화려하고 기억에 오래 남을 클라이맥스를 선사했다.
다음날 심심하면 넘어가는 파주에 도자공예 작품들로 구성된 미술관이 있다고 해서
늦잠을 자고 느지막이 도착했건만 우리가 미술관 첫 손님이었는지
우리가 들어가는 순간 셔터문을 열고 개방했다.
그 덕분에 전시 오픈시간 전에 프라이빗하게 전시장 전부를 통쨰로 빌려서
전시를 독점한 것처럼 다른 사람의 방해 없이 온전히 우리만의 시간을 보내는
사치 아닌 사치를 즐길 수 있었는데 잠시나마 갑부가 된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전시물들 퀄리티가 낮은 것도 아니었던 것이 국내외 다양한 도자작품들부터
피카소의 도자작품 그리고 실비아 하이만의 하이퍼 리얼리즘급 도자작품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도자문화실과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에서 접했던 작품들과
비슷한 구성으로 전시를 관람하는 재미가 있었고
우리가 전시를 다 보고 나올 때 다시 셔터 문이 닫히는 걸 보면서
미술관이 아니라 수장고를 보고 나온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