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2'를 보고
ㅡ"둥글게 둥글게! 짝!, 둥글게 둥글게!짝!
빙글 빙글 돌아가며 춤을 춥시다!
손뼉을 치면서, 노래를 부르며, 랄라랄라 즐거웁게 춤추자!
링가링가링~가 링가링가링~ 링가링가링~ 가 링가링가링~
손에 손을 잡~고 모두 다함께! 즐거웁게 춤을 춥시다~"
오징어 게임2편에 등장하는 '짝짓기 게임'이다. 원판에 올라선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다가 지시자가 명령하는 숫자 만큼만 모여서 방에 들어가야 한다. 숫자가 모자라거나 남으면 탈락이다.
영화는 탈락자를 만들어 내기 위해 일부러 '원판'이라는 장치와 정확한 숫자를 알 수 있도록 분리하는 '각방'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사실 이 게임은 그냥 공터나 운동장이나 아무 데서나 대충 해도 되는 그런 게임이다. 그래서 순순히 탈락하지 않는 비리(?)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재밌으라고 하는 게임에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여러분은 이 게임을 해봤다고 기억나는 게 언제인가?
사실 나는 이 게임을 3주 전쯤 해 봤다. (직장인 연수 때... )
그리고 나는 사실 초등학교 시절, 이 게임을 제일 좋아했다.
왜냐고? 이 게임에서는 친하든 친하지 않든. 심지어 몇달 전부터 싸웠던 불구대천의 원수라도 명수만 맞으면 기뻐 날뛰며 얼싸안게 되기 때문이다.
그 묘하고 야릇한 기분. '나 쟤랑 안 친한데, 쟤 땀냄새 나고 성깔 더럽고 어우... '
하지만 그랬던 우리를 1초만에 백년지기 친구로 만들어버리는 그 마법은ᆢ!
"세 명! 모이세요!"
"이번엔 다섯 명! 입니다!"
춤추고 노래 부르다가, 숫자를 부르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우리는 곧장 패닉 상태에 빠져버린다.
"야야야 너 이리와.. !! 아아악 빨리빨리!!! 아냐야냐 너너 한명만 됐어됐어 우리 됐어! 살았어!!!!"
(말투가 갑자기 똑같은 대사를 빨리 무한 반복하는 모 연예인처럼 바뀌어 버린다.)
게다가 서로 어깨 동무하고 한껏 웃으면서 놀라운 동지애가 생겨버리는! *^^*
하지만..
다시 '둥글게 둥글게...' 가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팔짱 풀고 모른척하고 돌아서고, 우리는 다시 춤추면서 돌기 시작하고, 술래가 된 아이들은 원의 중앙에 쪼그리고 앉아 게임이 끝나기만 바라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그 스릴감 넘치는 게임이 좋았다.
아이들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신나게 방방 뛰면서, 기쁨을 함께 나누는 그 잠깐의 몇 초가 너무 좋았다.
친구든, 친구가 아니든. 그 순간 만큼은. 우린 '함께' 였으니까.
'둥글게 둥글게' 게임의 목적은..(사실 애들이 하는 게임에 '목적'이라는 표현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누구나 한편이었다가 적이 될 수 있다' 가 아니라, '누구나 특정 상황(살아남기 위한)에서는 친구가 될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을 심어 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서로의 '존재' 자체가 서로를 살리는 게임. '남으면 버리는' 게 아니라, '우리끼리는 모자라니까 누군가를 찾는' 그런 게임이 아니었을까.
나는 아직도, '둥글게 둥글게' 게임이 하고 싶다. 이 나이에도.
직장에서 매일 술이나 밥만 먹지 말고, 탁구나 배드민턴, 골프 이런거 하지 말고, 장소 빌려서 '둥글게 둥글게'나 한번 했으면 좋겠다. 코로나도 끝났는데...남녀 노소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이런 게임 너무 좋잖아?
오징어 게임2 를 보고. '둥글게 둥글게' 되고 싶은..
아스트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