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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시인들의 사회

나는 왜 시를 쓰는가

by 아스트랄

Dead Poets' Society. 이 얼마나 슬픈 말인가! 죽은 '시인들의 사회'란 '죽은 시인들'이 모인 사회인가? 그것도 아니면 '시인들이 죽은' 사회인가? 뭐가 되었든, 이 영화에서 시인들은 죽었다. 그리고 시인이 되고자 했던 학생도 죽었다. 그리고 '살아있는' 삶의 시를 알려주고 싶었던 키팅 선생님도 결국 학교를 떠나고, 그저 학교는 '죽은 시인들의 사회'가 된 채로, 그렇게 박제된다.


그렇게 사냥되고 박제되어 벽에 걸린 양과 염소의 머리처럼, 100년이 흐르고 200년이 흘러도, 학교는 그저 계속하여 계층을 지속하고, 부와 권력을 세습하고, 차별로 만들어진 사회를 견고히 유지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해냈다.


지속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교육과정을 개편하면서, 새롭게, 매우 창의적이고 지능적으로 학부모들과 학생들과 교사들을 괴롭혀 왔다. '교육 환경을 혁신적으로 바꾸겠다.'미래를 준비하는 훌륭한 인재를 키워내겠다.', ' 저마다 꿈과 끼를 발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 며 끊임없이 거짓말을 양산해 내고, 타인을 위해, 사회를 위해, 자연을 위해 함께 살아가는 삶이 아닌, 그저 '나 혼자'또는 '내 새끼(들)'만 잘 먹고 잘살면 되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버렸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거다. '당신은 대체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으냐'라고, '억울하면 성공하면 되고 공부해서 출세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그런 비슷한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프랑스혁명 시기 마리 앙뜨와네뜨가 말했다고 일컬어지는, 그 문구가 생각난다.(실제로 마리가 그 말을 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한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아요?(왜 가능한 다른 대안을 생각하지 못하죠?라고 말하는 듯한)"


바로 그게 문제다. 대안을 생각해 내는 힘. 바로 교육에서 그게 빠져 있는 거다. 그러면서 매번 생기부에 '00 학생은 모둠활동에서 협력하여 문제를 잘 해결함'이라는 둥. 헛소리를 지껄인다.


"동그라미로 그릴 수 있는 모든 물체를 그려보세요."


내가 어렸을 때 했던 아이큐 테스트의 문항 중 하나였다.


한번 해 보라. 몇 개까지 생각할 수 있는가?

두 명이 같이 해 보고, 점점 함께하는 사람을 늘려 보자. 몇 개까지 그릴 수 있는가?


우리는 무엇이든 함께 해야 한다. '대안'은 결코 엄청난 천재의 머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최상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나머지 아이들을 지배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피라미드의 위쪽으로 올라가기 위해 기를 쓰고 다른 아이들을 떨어뜨려야만 한다.


이야기가 너무 나갔나. 다시 '시'로 돌아가보자. 사람들은 왜 시를 쓰는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겠지. 그렇다면 사람들은, 자신이 쓴 시가 아니라 다른 이의 시를 읽기는 하는가? 읽는다면, 정말 그 시에 공감하는가?


나의 경우.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읽고(그것도 시집이 아니라 고등학교 문학 참고서에 실린) 그 자리에 서서 펑펑 운 적이 있었다.


"돌아서서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여워집니다ᆢ"


이 대목에서, 시인이 가졌을 법한, 슬프고 안타까운 자기 연민의 감정이 느껴지고 폭발하며, 눈물샘을 터트려 버린 것이다.


시를 읽는다는 건. 타인이 느끼는 감정에 공감하고 공명하는 게 아닌가? 노래(시를 가사로 한 노래는 참 많다), 춤도('승무'라는 시를 떠올려 보자). 그림도(나는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나, 루소의 '잠자는 집시'를 볼 때 시를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사실은 그런 것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타인의 고통과 슬픔과 기쁨과 희열과 안타까움과 당황스러움과 부끄러움과 노여움에 공감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타인을 자신과 닮은 존재로 느끼고, 사랑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시인들이 죽었다.(시를 읽고 쓰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졌다는 말이다.)


대형 서점 매대에 깔린 엄청난 부수의 책들은 대부분, 자기 계발서 아니면 경영서, 투자 등에 관한 것이다. 마디로 '부자 되는 법'외에 사람들의 관심은 거의 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과연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발휘하여,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꿈을 꾸는가?


이쯤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학교폭력 가해자 '연진'이의 한마디가 나와 주어야 한다


"꿈? 꿈은 너네 같은 애들이나 꾸는 거야! 난 그런 너네들을 부리는 거구~!"


시인들이 죽어버린 사회에서는 어떤 대안도 나올 수 없다. 나와 남을 가르고 밟고 올라서야만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평생 가난하게 살게 된다고, 제발 그런 협박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그렇게 세뇌하고 세뇌당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제발 바꾸었으면 좋겠다.


나와 다른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때 훨씬 더 많은 가능성과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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