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쓰는 편지

신뢰가 없는 이곳은

by 아스트랄

어느날 갑자기, '천사'라고 불리는ㅡ하지만 세상 가장 끔찍한 생김과 목소리로 해당자의 죽는 날과 시를 고지하는ㅡ괴물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때와 시간이 되면, 어디서건 갑자기 나타나 해당자를 죽음으로 데려간다.


이 넷플릭스 영화는, 사실 SF작가 테드창의 단편소설 '지옥은 신의 부재'와 제목과 모티브가 너무 흡사해서 혹시 여기서 영감을 받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만의 추측일 수도 있다.)


영화는 '천사의 고지'를 받지 않기 위해, 또는 받았어도 어떻게든 나와 가족 등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다.


저승사자 역할을 하는 괴물들이 끔찍하도록 잔인하고 혹독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죽이는 걸 보고 있자니, 나 같으면 그냥 천사의 고지를 받자마자 바로 자살해 버릴 것 같다.(그러고 보니 죽는날까지 자살도 못하게 막았던 듯도)


이 영화에서 가장 끔찍한 점은 그것이다. 어차피 인간은 자신의 죽는 날을 알 수 없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지 않는 한 말이다. 인간이 스스로 죽는 걸 선택하지 않았다는 건. 어쨌든 살아있기를 선택한 것과 같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것마저, 인간의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선택권 마저 말살해 버린다.


지옥이란 뭘까? 인간이(죄 많은 인간이) 죽어서 가는 곳이라고 생각되어지는,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고통스러움이 영원히 계속되어지는 곳.

하지만, 그것보다 더 서서히 목을 조여오는 건, '희망'이 없는 삶이고, '자유'가 없는 삶이고, 서로에 대한 '신뢰' 가 없는 삶이다. (갑자기 '불신지옥'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기독교 신자 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닌 듯 싶다.) 인간이 그토록 발달한 문명을 이룬 이유가 바로 '서로에 대한 신뢰'덕분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난 이런 식은 좋아하지 않는다.



"믿습니까?"


"뭘요?"


"그냥 믿으라니까요."


"그러니까 뭘 믿냐고요."


"'믿음'이라는 걸 믿으세요."


"...(동어반복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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