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애니메이션
모든 인간은 외롭다. 혼자 살기란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너무 힘든 일이다. 그래서 '함께 살' 사람을 찾는다. 그런데 그 사람이 이성이면 훨씬 더 좋다. 왜냐하면, 자연스럽게 '함께 살'사람(들) 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물론 십여 년 가까이(아니 평생 동안 일지도 모르지만) 고생을 좀 해야 하기는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본다면, 태어난 후 어느 순간 내가 의지하고 나를 보호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가족'이라고 부른다는 것도.
'스파이 패밀리'는 알고 보면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각각의 특정한 목적과 이유로 모여서 사는 일종의 '가족 사기단'이다. ^^
냉전이 지속되는 웨스탈리스와 오스타니아를 오가며 스파이 활동을 하는 남자 '로이드'( 코드네임 '황혼')는 적국의 당 총재에게 의심받지 않고 접근하기 위해 고아원에서 아이 (사람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을 숨기고 있는 '아냐 ')를 입양하고, '혼자 사는 여성'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안전(?) 하게 남동생 '유리'의 뒷바라지를 하기 원하는 시청공무원이자 청부살인업자 '요르'와 가짜 부부가 된다. 스파이 패밀리는 이 세 명으로 구성된 가족의 이야기이다.
이들은 진짜 가족이 아니지만, 그래서 가장 완벽한 가족의 모습을 보인다. 로이드와 요르는 데이트 한번 제대로 해본 적 없지만 서로에게 강한 호감을 느끼고, 딸이 된 아냐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며 그 어떤 부모보다도 자애롭고 현명하게 교육한다. 아냐도 스파이인 아빠와 청부살인업자인 엄마를 좋아하고 존경한다.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 노력한다.
개인적으로는 아냐가 힘들게 공부해서 '스텔라'를 받아 적국의 수상 아들 '차남'에게 접근하고, 아빠의 목적을 달성해 주려고 갖은 노력을 하는 부분이 기특하면서도 버림받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 같아 마음 아프기도 했다.
이 완벽한 가족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본다. 때로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기대하지 않았을까? 아이가 부모 말 잘 듣는 모범생이 되길 바라고, 남편이 매일 집에 일찍 들어와서 요리와 집안일을 해주길 바라고(로이드 같은 남자는 만화에서나 찾자), 또는 부인이 돈도 잘 벌어오면서 집도 깨끗이 청소해 놓길 바라고(간댕이가ᆢ 이하 생략). 부모님이 재벌가 출신이었으면 하고(드라마는 그만 보자.)..
그러나 어쩌랴. 현실은 항상 그렇듯 현실인 걸.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면서 내 아이는 왜 성적이 이럴까, 또는 성격은 누굴 닮았나 의심하고, 우리 엄마 아빠는 왜 남들처럼 외제차로 나를 학교에 데려다주지 못하는 걸까 속상해하고, 친구네가 해외여행을 밥 먹듯 다니는 걸 보고 부러움에 한숨을 쉰다.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서로에게 너무 기대지 말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서로를 아프게 한다면, 그건 가족이 아닌 거다.
그건 진정한 가족이 아닌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