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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3-사람이란 무엇인가(1)

스포일러 다량 생성 중

by 아스트랄

먼저. 이 글을 읽기 전, 오징어게임 3을 안 보신 분들이라면 읽지 않으시기를 추천드립니다.(사실 저도 스포 당하고 봐서ᆢ 모르고 봤더라면 또 다른 감정이 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오징어게임을 처음 봤을 때, 정말 밤을 새우고 정주행 하면서, 인간에 대한, 그 극도의 잔혹함과 선정성도 너무 불편했지만, 가장 견딜 수 없었던 건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unbearable lightness of beings)'라는 제목을 떠올리게 하는 그 '게임'의 비인간성, 또는 비인간화 전략이었습니다.

처참한 삶의 한계에 부딪힌 인간을 장기판과 체스판의 '말'로 만들어, 오로지 자신들이 '신'의 영역에 있다고 '착각' 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본주의 권력가들 (일명 VIP)의 시스템 안에서 그렇게 한없이 '사물화'되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적잖이 어지럽고 현기증이 났습니다. (밤을 새워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게 해서 성기훈이 1편에서 받아낸 456억. 머리까지 핑크색으로 염색하고(이 부분은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다시 보니 성기훈이 이미 그들 시스템에 정신적으로 '편입'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병헌 씨가 분한 그 마스터처럼 말이죠) 그렇게 게임의 유일한 승자이자 생존자로 성공(?)한 그가, 미국에 가서 딸을 찾으려 했던 그가, 대체 왜, 다시 그 지옥문, 헬게이트를 열었을까요?

여기서 저는, 앞서했던 질문보다 다른 질문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대체. 왜, 프론트맨(이병헌 분)는, 게임을 잊고 잘 살아가려던 성기훈을 다시, 게임에 불렀을까요?

단지 속편(오징어게임 2)을 만들기 위해서? 성기훈이 다시 게임에 들어올 거라고, 모종의 '확신'을 한 건 아닐까요?


오징어게임 1편 마지막 부분에서, 그'깐부 할아버지'는, 죽어가는 병상에서까지, 성기훈과 내기를 합니다. 그는 대체 왜, 추운 겨울에 쓰러져 얼어 죽어가는 노숙자를 누군가 돕는지, 돕지 않는지가 그렇게 중요했던 걸까요? 그렇게 잔혹한, 비인간적인 게임을 만들어놓고 말이죠.

성기훈과 마찬가지로 오징어게임의 우승자였던 마스터는, 죽어가는 아내를 살리기 위해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여 우승자가 되었지만, 결국 아내는 죽고, 나중에 그는 다른 참가자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내려다보고, 그녀를 추억하며 위스키를 마십니다. 그때 흘러나오는 음악이 "Fly me to the Moon(나를 달로 보내주세요)"입니다. 추억의 애니 '에반게리온'에도 등장하는 곡이죠. 너무나 낭만적이면서도 애잔한 목소리가 가슴 아픈 추억을 불러일으키는ᆢ


대체, 그들 안의 무엇이, '오징어게임'의 주인공들을 그토록 힘들게 만드는 걸까요?


오징어 게임 3-사람이란 무엇인가(2)에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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