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징어 게임 3-사람이란 무엇인가(2)

스포일러가 계속됩니다

by 아스트랄

오징어 게임 2가 1편과 달라진 점은, 학교 '체육대회 '가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어린 시절 동네 꼬마들이 골목길이나 공터에서 알음알음 모여서 하던 놀이들이 대부분이었던 1편에 비하면(물론 1편에서도 줄다리기 같은 건 체육대회용이기는 하지만) 6인 7각 같이 합을 맞춰 걸어가는, 팀워크가 가장 중요한 게임들이 등장하죠.

같은 조에 있는 한 명만 실수해도. 다 죽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서로 잘할 수 있도록 도와야만 하는ㅡ또는 뺨을 때려서라도 정신이 번쩍 들도록 해야 하는ㅡ새로운 '협력 시스템'이 구축됩니다. 이건 모두에게 정말 놀라운 사고의 전환을 불러일으킵니다. 게임을 계속할지, 그만둘지를 결정하는 OX투표에서 패가 갈려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던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버리니까요. 이래서 시스템의 힘은 정말 무섭습니다.

ᆢ 그래서, 본격적으로 '축제' 분위기가 펼쳐집니다. 색색의 파스텔빛 무지개로 건물벽을 장식하고, 현대식(?)으로 초록 고무 트랙을 바닥에 깐(나중에 피범벅이 되어서 무슨 색인지 구분이 되지 않기는 하지만)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그들은 팀을 이루어 과제를 해결하고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들은 이때만큼은. 다른 조가 실패하고 죽어나가야 본인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합니다. 오징어 게임 모든 시즌, 모든 장면을 통틀어 제가 가장 시원하고 통쾌하며 멋진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서로(주로 성기훈이) 게임을 통과할 수 있는 전략을 알려주고, 타자의 성공에 모두 함께 환호합니다.

바로 이거야! 성기훈이 오징어 게임에 돌아온 이유! 그는 협동과 신뢰의 가치를 알게 해주고 싶었던 겁니다.

모두가 '함께' 하면, '다 같이 잘 살아갈' 수 있음을요.

그가 회사 노조를 결성하여 활동했던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했을 것입니다. 다수의 협력으로 소수가 만들어 놓은 불합리한 시스템을 깨부술 수 있음을. 그는 알려주고 싶었을 겁니다. 사람들은 그 죽음의 현장에서도 희망을 보고, 신뢰를 쌓을 수 있었을 겁니다.

ᆢ하지만 언제나, 모든 것이 그러하듯. 아니면 그 유명한 '엔트로피의 법칙' 때문에라도. 협력은 아주 사소한 문제로도 금이 가고, 깨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 '중요한 소수'가 문제입니다. VIP로 불리는 그들 말이죠, 그들의 재미가 반감되기 시작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처음부터 오징어게임은. 돈과 시간이 남아돌아 주체하지 못하는, VIP들의 '재미'를 위한 것이었으니까요.

게다가, 성기훈과 그 무리들. 양심과 능력을 갖춘 성전환자 현주 씨 등 VIP들이 보기에는 똑같이 벌레만도 못한 것들이 '감히' 자신의 시스템에 도전하려 하는 것을 견디지 못합니다.

계속해서, 게임 진행자는, 급기야, '살고 싶으면 누군가를 죽여라'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그리고, 더욱 안타까운 건 언제나 약자들, 소수자들 중에서도 그 시스템에 충실히 복무하여 저 위의 계급으로 가고자 하는 이들은 항상 있게 마련이라는 겁니다.

오징어 게임 3에서, 자신이 줄넘기 다리를 통과한 뒤 뒤따라 오던 사람들을 계속 밀어버리던 남자, 한 명만 죽이면 통과할 수 있는데도 자신의 몫을 늘이기 위해 계속 사람들을 죽이고 다녔던 타노스의 '꼬붕'. 열쇠 세 개를 손에 넣자 자신에게 도움을 준 선녀를 버리고 오히려 혼자만 살겠다고 열쇠를 뽑아 가지고 가버린 정치인.

마지막으로 자타불문 진정한 최악은 임신한 여자 친구가 낳은 아기까지 자신의 우승을 위한 희생물로 삼으려고 한 남자였으니ᆢ

오징어 게임3-사람이란 무엇인가(3)으로 이어집니다.

keyword
이전 10화오징어 게임 3-사람이란 무엇인가(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