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뮤지컬 '알라딘'-자파가 몰랐던 것은?

'자유'의 막강한 힘에 대하여

by 아스트랄

난 정말 몰랐다. 아니, 알았'었'을까?

20년도 더 전에, 우리가 그렇게 열광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에선, 끊임없이 변주되던 공통된 주제가 있었다는 것을.


"내게 인간의 다리가 있다면, 자유롭게 저 뭍으로 가고 싶어!"(리틀 머메이드)

"진정한 사랑을 얻고 싶다면, 상대에게 '자유'를 주어야 해."(미녀와 야수)

처럼 말이다.


'알라딘'에서 우리는 이런 의문에 빠지기 쉽다.

왜, 변변한 직업도 없이 거리에서 좀도둑질을 하는 알라딘을, 거의 무한한 능력을 가진 지니가 주인님으로 받들며 부러워하는 걸까? 게다가, 일국의 공주에 미모와 지성과 권력과 부를 모두 갖춘 재스민이, 대체 왜, 알라딘 같은 남자에게 빠져버린 걸까?


왜냐하면, (내 생각은,) 알라딘은 재스민과 지니가 갖지 못한 걸 갖고 있었기 때문일 거다. 바로 어디에도 속박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말이다. 그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의 주인공들 중 유일하게 '비도덕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알라딘은 다른 영웅들과 달리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깊은 깨달음이나 확연한 개과천선, 또는 스스로의 '성장과 발전'을 거치지 않고 '지니와 마법의 램프'라는 강력한 우연적인 판타지에 의존해 사랑과 성공을 찾는 케이스이다. (심지어 모험의 시작조차 본인의 의지가 아닌 자파의 꾐에서 말미암는다.)


알라딘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시장 바닥을 누비며 잔재주와 속임수를 부리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한다. 그가 거짓말을 하지 않은 상대는 없다. 심지어 재스민과 지니에게까지 말이다.


여기서 잠깐. 우리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솔직함이 최고의 미덕이며 거짓말은 지옥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정말 '그렇기만' 한 걸까?


알라딘이 지니를 속이지 않고 세 가지 소원 중 하나를 동굴을 빠져나가기 위해 써버렸다면, 지니는 그렇게나 소중한 자유를 얻을 수 없었을 거다. 그리고 자신이 '왕자'라고 재스민을 속이지 않았다면, 언감생심 결코 재스민과 다시 만나거나 결혼할 기회는 없었을 거다.


알라딘은 자신의 그 훌륭한 재능을 이용해, 술탄이 된 자파를 속여 스스로 지니로 변하도록ㅡ조그만 램프에 그 자신을 가두도록ㅡ만들어 판을 뒤바꿔버린다. 이쯤 되면 거짓말과 속임수는 추앙받아 마땅한 현실의 유용한 도구가 된다!


알라딘이 현대사회에 등장한다면 정말 희대의 사기꾼이 될 것이다. 좋게 말하면 홍보 마케팅의 귀재, 설득의 심리학을 체화시킨 인간이다.


알라딘은 자파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거만함과 최고가 되고자 하는 욕망으로 가득찬 인간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어리석은 악인 '자파'가 몰랐던 건. 바로 '자유의 소중함'이었다. 자파는 권력과 힘이 가장 위대한 줄 알았다. 그래서 자유 따위를 생각할 수 없었지만, 결국 그것 때문에 스스로 지니가 되어서 파멸하고 만다.


알라딘은 공주를 사랑하지만, 결코 술탄이 되어 나라를 통치할 수 없으므로 공주와 결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말은,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보아서 한 말이기보다는 오히려 '나의 자유를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순수한 이기심의 발로로 보인다.


그는 알고 있었다. 돈과 권력과 명예와 사랑보다 더 위에 있는 것은 바로 '자유'라는 것을.


자유의 상실과 포기는, 지니와 자파를 손바닥 한 뼘 길이밖에 되지 않는 램프 안으로 가두어버린다. 재스민도 마찬가지로, 그렇게나 넓은 궁궐 안에서도 자유가 없는 삶은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알라딘은 그 유명한 '밤의 양탄자 데이트'로 재스민의 마음을 확실히 사로잡아버린다. 마치 "난 당신에게 무한한 자유를 줄 수 있어."라고 말하는 듯ᆢ


어디로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하지만 자신의 선택으로 인한 책임은 자신이 온전히 져야만 하는 것. 우리는 그것을 '자유'라고 부른다.


그것만큼은 자파가 결코 알지 못했을 거다. 우리는 그것을 위해 때로는 목숨도 버릴 수 있음을.








keyword
이전 07화지옥에서 쓰는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