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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삶-17

17. 밝혀지는 비밀

by 아스트랄

나는 순진이에게 편지를 써서, 그 편지를 어디에 둘까 고민했다. 운동화 깔창 아래? 서랍 속? 아니면 사물함? 필통? 그러다 결국 결론은, '따로 불러서' 주는 게 좋겠다 싶었다. 어디에 편지를 두든, 순진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발견한다면 안 되기 때문이다. 편지를 쓰는 게 아닌, 직접 만나서 말로 한다면. 어디든 듣는 귀와 보는 CCTV가 있을 거다.


1교시가 끝난 후, 나는 맨 앞자리에서 열심히 아이패드에 영어 단어 필기를 하고 있는 순진이에게 다가갔다.


"매점 갈래?"

"으ᆢ응?"

조금 놀란 듯한 순진이가 나를 본다. 싫지 않은 눈치다.

"뭐ᆢ 그래!"


우리는 어색한 발걸음으로 운동장 뒤편 컨테이너 박스 근처로 간다. 우리 학교 매점이다. 나는 은근슬쩍 순진이의 후드집업 소매를 잡아끌었다.


"이 쪽이야. 나 사실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대충 무슨 말인지 짐작이 간다는 듯, 순진이는 스스럼없이 내가 이끄는 대로 건물 뒤편 그늘진 구석으로 따라왔다.


"여기, 지금 내 앞에서 읽어 봐."


나는 순진이에게 내가 쓴 편지를 접은 쪽지를 건네주며 다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순진이는 내가 남자 티셔츠 모양으로 접은 그 편지를 받아 들더니 바로 펴서 한번 쓱. 읽고 다시 천천히 접는다. 티셔츠의 넥타이 그림이 맨 앞으로 나오도록ᆢ


그런데 순진이의 표정이 점점 심상찮게 변한다. 울그락 붉으락 하는 것도 같다. 설마 우는 건가,.? 하는 찰나,


"푸ᆢ하ᆢ 푸ᆢ 하하하 하하 하하하!!!!!"

"으하하하하! 큭큭큭 으흐흐흐흐ᆢ"


순진이는 어리둥절해진 나를 앞에 두고 배꼽이 빠져라 실컷 웃어댄다. 뭐지? 뭐야? 너 대체ᆢ?


가까스로 내 심각해진 표정을 눈치챈 순진이가 서서히

웃음을 줄인다.


"흐흐ᆢ 너ᆢ 정의야ᆢ너ᆢ 진짜ᆢ크크 큭ᆢ"

"설마ᆢ 내가ᆢ 진짜ᆢ 시험ᆢ 문제를ᆢ흐흐흐ᆢ"

"너한테 ᆢ 줬다고ᆢ 생각했어ᆢ?? 크크ᆢ흐ᆢ"


이건 또 무슨 소리야ᆢ?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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