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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삶-19

19. 넌 누구지?

by 아스트랄

순진이와의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 났다. 종소리가 울리고, 2교시 수업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자 다른 볼 일이 있어 나온 것처럼 따로 왔다가 각자 다른 방향으로 교실에 들어갔다. 혹시라도 이 이야기가 다른 아이들에게 퍼질 까봐...


내 자리에 앉았다. 기분이 정말로 처참했다. 마치 갈기갈기 찢어져 교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가정통신문 조각 같다.


강순진. 네가 날 속였어.


2교시 기술가정 시간. 스파게티면 쌓기를 하다가 반쯤 완성한 런던브리지를 주먹으로 우지끈 부숴 버리고 싶어졌다. 몇 번이고 주먹을 들었다 놨다 하다가, 기가샘 눈치가 보여 그만뒀다.


대체 난 뭔가? 난 바본가? 내가 이렇게 '순진'할 줄이야. 정작 이름이 '순진'인 순진이는 3개월 동안 정말로 정의로운 나, '정의'를 가지고 놀면서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걔가 그런 애였나? 공부 잘하고 말수도 적어서 정말로 '순진'한 줄 알았더니. 이래서 전교 1등이 사이코가 많다는 말이 있는 거지.


얼른 순진이와 남은 대화를 끝내야 한다. 내게 준 게 진짜 시험문제였는지 아닌지, 아니라면 대체 난 어떻게 100점을 받은 건지. 걔는 어떻게 그런 문제를 갖게 된 거고, 나에게 왜 줬으며, 도대체 나에게 뭘 기대한 건지.


따져 물어야 한다. 그런데, 그보다,


이 더러운 기분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아아아아악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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