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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삶-20

20. 당신의 '순진'한 미래

by 아스트랄

"호흡기 부착합니다. 물러서세요!"


응급구조사의 긴박한 목소리가, 학교 본관 1층 목련나무 아래 붉은 벽돌 가운데 누워있는 여학생의 눈 위를 가로질렀다.


자동제세동기를 연결하며 세 명의 구조사들이 학생을 순식간에 에워쌌다. 3층 높이 창문에서 떨어졌지만, 다행히 자목련 나무 위에서 한 번 충격이 분산됐다는 말을 들었다. 앰뷸런스의 시끄러운 소음과 함께, 운동장 구령대 앞엔 경찰차들이 연이어 들어오고, 교사들은 얼른 학생들을 집에 보내고 사진촬영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2교시가 끝나기 10분 전.


'쿵.'


창가에서 들린 둔탁한 소리에 몇몇 친구들이 놀라 창문으로 다가갔다. 몇몇은 에어팟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어서 물체가 떨어지는 소리를 듣지 못한 아이들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이 한꺼번에 창문으로 몰려갔고, 한발 늦은 나는 떨어진 학생이 누군지조차 알 수 없었다.


"... 어떡해... 순진이야..!"


제일 먼저 창가로 달려간 부반장 소정이가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트렸다.


'... 뭐?'


나는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기가 선생님은 황급히 교실에서 나가 1층 현관으로 달렸다. 아이들도 우르르 교실을 나갔다. 몇몇 아이들은 계속 창가에 붙어서 발을 동동 굴렀다. 충격에 싸여 바닥에 주저앉아버린 아이도 있었다.


'강순진.. 네가 왜.. 대체.. 왜...? 강순진. 이 학교의 명실상부한 엘리트, 금수저에, 입학한 이후로 단 한 번도 일 등을 놓쳐 본 적이 없는 네가, 심지어 직전 기말고사까지도 완벽했던 네가, 곧 덴마크로 유학 갈 예정인 네가.. 설마... 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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