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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이디푸스(4)

이디푸스, 너란 남자

by 아스트랄

ㅡ'아아. 그냥 편안한 내 나라에 궁궐의 호화로운 안방에 콕 처박혀 있을 걸. 왜 여행은 떠난다고 난리쳐 갖고ᆢ 부잣집 자제들이 그랜드 투어인지 뭔지 할 때 나도 시종들 거느리고 그거나 따라갈걸ᆢ '


이디푸스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결국 젊은 나이에 여기서 죽는구나 생각하니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내가 어릴 때, 엄마는 왕비라서 바쁘다고 안 놀아줬어. 매일 엄청 반짝거리고 치렁치렁한 드레스에 귀고리 목걸이하고, 내가 안길라치면 옷 더러워 진다고 뿌리치고ᆢ 그래도 유모인 안젤라가 손뼉치면서 나랑 매일 놀아줬지. 사자처럼 네 발로 기다가 보행기를 타니까 완전 보행기 폭주족이 되었다고 했어ᆢ응? 네 발?'


이디푸스는 무심코 자신의 손과 다리를 보았다. 지금은ᆢ 두 손과 두 발! 그럼 난 네 발에서 두 발이 된 거야! 그럼 세 발은 뭐지?


이디푸스는 테베에 오기 전 골목길에서 만난 어떤 늙은이를 떠올렸다. '아! 그 노인네가 나보고 비키라면서 지팡이로 날 때려 죽이려고 했어! 물론 내가 훨씬 힘이 세니까 단번에 지팡이를 잡아채서 그놈 갈비뼈를 분질러버렸지만ᆢ 그나저나 죽일 생각까진 없었는데ᆢ 뭐, 인과응보지. 난 정당방위라고!'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디푸스는 노인이 지니고 있던 지팡이가 어쩌면 '발 한개'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이디푸스는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고 전율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아침에는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


그건ᆢ 바로 '인간'이야!


5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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