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희망♣

31화. 북포루

by mark

07년도에 통영으로 이사 와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북포루'이다. 1시간만 투자하면 행복을 만끽할 수 있어서이다.


매번 갈 때마다 설레고 멋있는 장소를 최근 2년 가까이 못 가고 있었다. 그러다 어제 외국어 시험을 치고, 버벅거린 스스로를 자책하며 국물이 맛있는 맛집에서 돼지국밥을 한 그릇 먹고, 산으로 갔다. 정상에 올라 아름답기 그지없는 동양의 나폴리라고 불리는 풍경을 멍하니 멍~때리며 한참을 봤다. 그리고 소원도 빌었다.


산이 좋다.


왜 좋냐? 고 물으면, "산이 거기 있기에 좋다"라는 전문산악인의 철학적인 말은 못 한다. 그냥 좋다.

굳이 이유를 밝히자면 익숙해서 일 것이다. 시골에서 자라 학교를 마치면 특별한 놀이가 없었다. 동네 뒷산이 놀이터였다. 그래서 어릴 땐 학교를 파하고 동네 아이들과 산에서 나무를 깎아 네 편 내 편 갈라서 칼싸움을 하고, 숨바꼭질을 했다. 해가 어둑해지는 시간까지 놀았다. 겨울철엔 깔비를 한 포대 담아서 오기도 했다. 그걸 아궁이에 넣고 활활~ 타오르는 불꽃의 뜨거움을 느끼며 몸을 녹이기도 했다.


그래! 산은 내 친구다. 그 표현이 맞겠다.


등산로 입구의 첫걸음을 내딛고 오르막길을 오르는 처음 5분이 힘들다. 이 구간을 넘기면 호흡도 안정되고 고통도 적응되어 계속 걸을 수 있다. 이 고비에서 많은 생각을 한다.


"TV도 스마트폰도 신문도 없던 그 옛날, 이 포루(鋪樓)*를 오르는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전기도 없는 깜깜한 곳에서 보이지도 않았을 마을과 성 외곽, 먼바다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동료와 보초 서면서 덥거나 추울 때는 뭘 하면서 근무했을까?"

"산은 정직하다. 내가 딛는 발걸음만큼 허락한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그리고 사라지지 않는다. 나도 빛날 필요는 없다. 이런 존재가 되어보자"

"산은 묵묵하다. 나도 이리되어보자"

"노력해야 다다를 수 있다. 속도에 집착하거나 조급해할 필요 없다. 내 페이스대로 가자"

"산행은 마라톤과 같다. 시작과 끝을 전망해야 한다. 인내하자"

"참을 인은 사람이 누워있는 상태에서 끝이 날카로운 큰 칼이 내 가슴 가까이에 있는 상태와 같다.

벌떡 일어나면 죽거나 심하게 다친다. 견디어내자. 죽을 만큼의 시련은 없다"


이런 다짐들을 통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산을 오르는 거다. 걸으면서 산에게 말을 걸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그래서 좋다.


살면서 사람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만남을 통한 감정의 노력이 있어야만 한다. 상호작용을 통해 관계가 깊어지고 교류가 이어진다. 만남을 통한 감정의 노력이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독서와 자연은 그렇지 않다. 그냥 베푸는 존재이다. 그래서 고맙고 또 고맙다.


가치로운 건 지킬 때 더 빛난다. 그래서 올해는 북포루를 매주는 못 가더라도 20번 이상은 가보려고 한다. 더 가까워지려고 한다. "북포루야! 친하게 지내자!"



*깔비 : 겨울철 나무 밑에 떨어진 솔잎이나 기타 나뭇잎을 갈구리로 끌어모은 땔감. 일반적으로 솔잎이 주료를 이루며, 대부분 불쏘시개로 사용된다.

*포루 : 성가퀴(성 위에 낮게 쌓은 담)를 앞으로 튀어나오게 쌓고 지붕을 덮은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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