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휴무일 이마트 주차장
아포칼립스...
700대를 넘게 주차할 텅 빈 공간을 보며 든 생각이다.
부산을 다녀오는 길에 동네로 접어드는 국도에서 우회전 신호를 기다리다
불현듯 고개를 돌렸는데, 바람에 전단지가 날리는 적막한 이마트 주차장을 보았다.
냉기가 서려있는 일요일 흐린 날씨에 스산한 풍경으로 물들어있는 휑한 공간을 보니
덜컥 겁이 났다. 단 한 명의 사람도 없는 것이다. 지구에 홀로 남겨진 세상의 종말이 떠올랐다.
어떠한 이유로든 사람들이 밖을 나오지 않는 상황이거나 또는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살아가나? 상상을 해보니 먹먹했다. 사람과의 교류에 그다지 적극적이지도 않고 웬만하면
관계 맺음을 피하면서도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사람의 의식은 공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그렇지 않을까? 싶다. 큰 공간엔 사람이 많아야 한다.
그렇게 학습되어 왔다. 없으면 뭔가 허전하고 섭섭하다. 더불어 많아야 경제의 메커니즘도 원활하게
작동된다. 예를 들어 500명이 넘게 수용되는 공간에 10명도 채 있지 않다면 상상만 해도 그 서늘할
분위기에 몸이 절로 부르르~ 떨린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내가 내향적이고 사람들과의 접촉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가
사는 공간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비록 타인과의 관계에서 아무런 접점이 없더라도
그 공간에 함께 있음만으로도 충만해지는 온도와 군집성이 주는 안정감이 있을 것이다. 나와 다른
다양한 개성의 사람들로부터 받는 새로움과 자극도 있다.
힘들면 새벽시장을 가보라는 말이 있다. 갓 걷어올린 등 푸른 생선보다도 더 팔딱거리는 역동성을
지니고 열심히 사는 분들을 보면 절로 힘이 나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사람이 주는 긍정적인 영향은 크다. 물론 부정적인 영향도 있다. 다만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대형마트가 쉬는 날, 사람의 소중함을 새기며 나는 내 주위의 관계에서 어떠했는지를 자문해 본다.
소중한 건 조심해야 한다. 경계하면서 진심으로 자주 살펴야 한다. 많이 보다 보면 자세하게 보인다. 세밀하게 보다 보면 더 잘 알게 된다. 그런 이해의 끝에는 잘해야 하는 의지와 실천만 남는다.
사람은 귀하다. 나는 지인들을 무엇보다 보배롭게 대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