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희망♣

33화. 금요일 퇴근 후 일상

by mark

매번 나를 힘나게 하는 일 중 하나가 '금요일 저녁의 루틴'이다.


이 글을 적고 있으니 문득 해외에서의 불금 생활이 생각난다. 주재원이든 출장자든 홀로 타국에

있는 사람들의 특징은 금요일 저녁이 되기 전 "술 먹자"라고 연락이 온다는 거다.

좋은 건 일이 있어 같이 못하겠다고 하면, 무슨 일인데 물어보면서도 강권하지는 않는다.


해외에서의 일상은 그랬다. 먼저 17시가 되기 전 책상을 정리하고 기사분께 어디로 갈 거라고

얘기하고, 배차를 확인한다. 그리곤 사람들이 거의 퇴근을 다 하고 별 일이 없는 걸 확인하고 최대한

저녁 6시까지 모든 일을 마친다. 건물 앞에서 넘어가는 저녁놀을 보며 차를 기다린다. 그리곤 계획했던

장소로 간다. 할 일을 마치면 전철 또는 버스를 타곤 좋아하는 우리나라 음악방송을 들으며 온다.

집 근처 쇼핑몰에 들른다. 거기서 외국인이 하는 한국식당에 들러 밥을 먹는다. 때론 유명한 국물집에 간다. 단골집이 있다. 가면 반겨준다. 그리곤 1층 빵집에 간다. 거기도 단골이라 반겨준다. 맛있는 빵을 사고,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길을 걸으며 사람 구경하며 먹는다. 복귀해서 샤워를 하곤 선술집에 간다.

늘 가는 곳이라 눈인사로 또 반겨준다. 시원한 맥주 한잔과 닭날개를 시켜서 음악을 들으며 먹는다.

괜찮으면 2잔을 먹는다. 알딸딸하다. 음식점들 앞 길게 늘어선 나무 밑에 왁자 꺼리는 금요일 밤을

즐기는 다양한 사람들을 보며 집으로 온다. 양치하고 침대에 눕는다.

불을 은은하게 밝히고, 핸드폰으로 책 또는 영상을 본다. 새벽 1시를 넘기지 않고 잔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습관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이 루틴이 나를 살게 했다.


지금의 내 일상은 이렇다. 약속을 잡지 않는다. 사우나장에서 샤워를 하고, 집에 복귀한다. 옷을 갈아입고 아파트 헬스장에서 30분 정도 운동을 한다. 복귀 후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집 근처 맛집을 찾는다. 많은 메뉴 중 먹고 싶은 한 가지를 고른 후 시원한 맥주 한잔을 먼저 시킨다. 빈 속에 한 잔을 걸치고, 느슨한 기분으로 밥을 먹는다. 그런 후 해안도로를 2~30분 걸으며 바다와 사람구경,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하다 집으로 온다. 양치를 하고 침대에 누워 좋아하는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핸드폰을 보다 잠든다. 더없이 행복하다.


극한의 쾌락에 노출되거나 그런 욕망이 없는 한 앞으로의 내 생활의 기분 좋은 행복은 이렇게 반복될 것이다.

문득 이러함이 최소한 80세까지는 지속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여든 살이 넘는 어느 금요일 밤, 조용히 세상과 아름답게 이별하면 더없이 멋지겠다.


그런 날을 꿈꾸며, 잔잔한 일상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고맙습니다. 평온한 금요일 저녁이여!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