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못한 연서(戀書)
한낮의 햇살 마저 가을이었다
봄은 스쳐 가고 여름도 흘렀건만
가을의 빛살엔,
아직도 너의 얼굴이 머문다
바람에 옷깃을 다시 여미는 일은 흔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그날의 네 눈빛,
그 눈빛 앞에서 끝내 건네지 못한 나의 연서였다
전하지 못한 내 사랑은, 지금도 여전히 너다
흰 종이에 쓰내리다 만 문장은
붙이지 못한 봉인처럼
내 가슴 깊은 곳에 갇혀 있는 것을
그래도 어찌하겠는가,
너를 향한 그리움의 언어는 이대로겠지만
바람 한 줄기에라도 실어 날릴 수 있기를
그래서, 언젠가 아주 느리게라도
너에게 닿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