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파도꽃

by 몽유

네가 떠나고 없는 바다를 찾았다.

우리가 함께 했던 그날처럼

짙은 안개가 스멀스멀 기어오르더니

내 얼굴을 축축하게 감싸 쥐고서는

또다시 비릿한 어둠 속으로 밀친다.

바다는 부딪히고 깨지며

분간할 수 없는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곡소리처럼 서럽게 가슴 울리던 소리

잔뜩 화가 나 몸을 떨게 하던 소리

그것은 그저 파도소리였을 뿐이다.


바다에서는 길을 잃기 십상이었는데

종종 어디로 발길을 옮겨가야 할지 몰라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던 날에도

멀리에서 하얗게 꽃을 피우는 바다를 보았다.

그날 문득 네가 떠나간 바다에서

우리가 함께 했던 기억을 더듬다가 지우고

너와 나의 시간은 파도처럼 떠올랐다 부서지고

낱낱으로 흩어져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나는 그것을 참을 수 없었지만

어찌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기만 했다.


keyword
이전 04화부치지 못한 연서(戀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