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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유 Jun 17. 2024

어차피 안갯속이야

점점 더 가느다란 팔을 뻗어낸다

뻗어낼수록 더욱 짙어지니 그것도 참 아이러니다

바다가 시퍼런 안갯속에 삼켰다


기억 속에서 부유하는 안개는

온통 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뿐이다

사랑도 채 몰랐던 그때

안갯속에서 이별의 아픔을 알았다


첫사랑의 그녀와 섣부른 이별이 있던 날 아침

오늘처럼 안개가 짙었다

동기 놈들 둘이 무언가에 쫓기듯이

서둘러 세상을 등진 날도 안개가 있었다

몸도 마음도 지쳐서 녹두거리 비탈에 쪼그리고

앉았던 날도 짙은 안개가 발길을 붙잡았다


아직도 머릿속엔

두 팔을 흐느적거리며 걷어낼 수 없는

짙은 안개가 눈앞에까지 잔뜩 흐리게 하며

어차피 인생은 안개 속이야를 속삭이지만

오늘은 그만 안갯속에서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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