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가느다란 팔을 뻗어낸다
뻗어낼수록 더욱 짙어지니 그것도 참 아이러니다
온 바다가 시퍼런 안갯속에 삼켰다
내 기억 속에서 부유하는 안개는
온통 너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뿐이다
사랑도 채 몰랐던 그때
안갯속에서 이별의 아픔을 알았다
첫사랑의 그녀와 섣부른 이별이 있던 날 아침
오늘처럼 안개가 짙었다
동기 놈들 둘이 무언가에 쫓기듯이
서둘러 세상을 등진 날도 안개가 있었다
몸도 마음도 지쳐서 녹두거리 비탈에 쪼그리고
앉았던 날도 짙은 안개가 발길을 붙잡았다
아직도 머릿속엔
두 팔을 흐느적거리며 걷어낼 수 없는
짙은 안개가 눈앞에까지 잔뜩 흐리게 하며
어차피 인생은 안개 속이야를 속삭이지만
오늘은 그만 이 안갯속에서 벗어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