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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유 Apr 24. 2024

골목길 안 그 꽃집

어머니의 꽃정원에 서다

더디다 싶었는지

싸래기 빗방울이 날리더니

이틀 사이 거리에, 들에, 산에

온통  봄이 피었다


조바심을 내며 기다렸던

골목길  그 꽃집에선

어머니의 꽃놀이도 시작되었는데

며칠 바람살인지, 마당 군데 군데가 휑하다


빨간 홑동백은 그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담벼락 한 켠을

이젠 분홍 동백이 눈길을 빼앗는다


키 작은 수선화가 올망졸망 돌틈사이를 비집는데

그 옆에선 창꽃철쭉, 연산홍이 돌틈을 다투고

돌단풍이 앞에 나섰다


튤립과 백합은 웬일인지 몇 포기 보이질 않고

할미꽃 두세 송이 쓸쓸하게 고개를 숙였는데

눈길을 오래 두기엔 왠지 마음이 좋지 않았다


사랑초와 꽃무릇이 있던 자리도

듬성듬성 몇 포기 보이질 않더니

대신에 이모님의 야생화가 자리를 앉았다


초작거리는 빗방울에

꽃자리들이 물기를 머금는다

이 비가 조금 더 마당을 적시면

숨었던 어머니의 꽃주머니들이 방글방글


올해도 골목길 안 그 꽃집엔

절 따라 온통 꽃내음이 진동하고

벌이며 나비며 꽃춤을 추겠지


오래도록 그 속에 있고 싶다

오래도록 어머니가 가꾸는 그 꽃집

마당 한 켠에 서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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