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는 포구 풍경
거제도 어구마을의 5월
밤사이 하얗게 몸을 비벼대던 꽃눈이
초록초록 잎사귀를 스치는 바람에 사각거린다
두어 발치 너머 귀를 간지럽히는 소리
추위에 떨며 홀로 갯가를 배회하던 지난날을
기억 속의 저편으로 날려 보내도 된다는 속삭임이다
때가 되면 계절은
어김없이 내 옆으로 시나브로 찾아드는데
내 속엔 무슨 미련이라도 남아 있어
가벼운 눈인사도 나누지 못하게 하는지
이 땅의 아버지라면
누구나 가진 생활의 팍팍함이라고 말해 버리고
이 계절에 기지개 한 번 펴보질 못할 것 같아
눈이 시리도록 그리운 섬 매물도로 달렸다
거제도 어구
바다에도 새빨간 멍게꽃이 활짝 핀 포구
빨간 꽃잎을 열고 갱물에 살짝 흔들어
소주 한 잔 나누는 모습에서
유년의 팔포항이 떠오르는 것은
바닷가 작은 어촌은 어디든지 닮았다고 하며
애써 마음속에 그려진 얼굴을 지웠다
계절이 바뀌면 사람도 바뀐다더니
소란스러운 발걸음에 애써 어기적어기적 거린다 싶더니
남빛으로 쭈욱 늘어선 모양이 영락없는 제비꽃이다
혹여나 다칠 새라 조심조심 내린 흔적들
그 모양새에 발길을 돌리는데
뒤돌아 보니 초록잎에 빛처럼 내려앉은 나비
벌써 오래전 가슴 한 켠에서 밀어낸 내 사랑이다
그때 조금만 더 사랑을 알았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