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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유 May 01. 2024

좋았던 기억, 싫었던 기억도 추억이 되는 걸까

5월엔 운명적 사랑을 꿈꾼다

좋았던 기억과 함께 기억 속에 남겨두고 싶지 않은 시간도 함께 했다는 이유로 추억이 되는 걸까?

그래서 그런 추억인지도 모를 기억 속에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소중한 존재로 인식하고, 친구라는 이름으로 불러야 하는 것일까?


있는 힘 없는 힘 모두 짜내는 듯이 용을 쓰며 내딛는 한 걸음에, 내장을 칼로 후비는 듯한 아픔이 이럴 거야 하며 몇 발자국 나서지도 못하던 그때.

갓난아이처럼 병상에만 누워 지내던 시간이 많던 그때 어느 날엔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런 시간을 함께 고, 그 시간이 고스란히 그런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피를 나눈 내 형제들과 함께 했어야 할 시간들을, 그들과 함께 만들어 갔어야 할 기억을 나눠 가졌다.

것인 양 여겼던 것들을 기꺼이 내어주었고, 결국 내 것은 남김없이 그래 남김없이 모두 쏟아내 줘버렸다.


우리는 숱한 기억 속의 시간을 함께 했다.

하지만, 웬일인지 그 기억 속에 내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난 어디에 있었지?

아무리 기억 속을, 기억 속의 시간을 헤집어 봐도 찾을 수가 없다.


눈이 많이 내렸던 날인가 보다.

쏟아져 내리던 그 눈 속을 헤치며 나를 찾아왔다던 그는 내게 함께 했던 시간의 부질없음을, 헛헛함을 말했다.

그리고, 그는 내게 보여줬다.

거리에서 우연스레 스치듯 지나가던 사람도 인연의 끈을 붙잡기 시작하면 이러진 않는다는 것을.

그래, 처음으로 존재를 인식한 날에도 이렇진 않았을 테니.


그날 나는 그가 말했던, 보여줬던 또 하나의 인식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함께 했던 숱한 기억 속의 시간더듬어서 올라갔다.

그리고, 거기에서 그가 나에게 애써 인식시켰던 그것을 확인했다. 그날 난 지난 시간의 관계는 더 이상 날 붙잡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은 죽음과 다르지 않다.


다만, 그때까지 함께 했던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 사람들마다의 존중, 정이라는 괴상한 포장을 했던 심정에 남아있는 가치미련스레 끊어내지 못했을 뿐이다.

혼자만의 억지스러운 고집에 매달려 있었을 뿐이다.


그것들은 온전히 오늘의 나로 남았다.

내 발끝으로 흘러 보냈던 시간들과 내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 기억들은 이제 내 것이 아니다.

내가 애써 부인하려 했을 뿐이다.

그래서 더욱 가슴 아프고, 내게 남은 것은 후회스러운 기억이다.


그래서, 5월에는 누구나 그런 운명적 사랑을 꿈꿔도 좋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1분이 걸리고,
그와 사귀는 것은 한 시간이 걸리며,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것은 일생이 걸린다.


- 장영희교수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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