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에 묻은 네 체취
그제서야 네가 온 줄 알았다
온 세상에 분홍꽃비를 흩뿌리며 오더니
오늘은 실바람에 날려 온 것이더냐
무심한 몸짓, 촛점 잃은 눈빛
창밖엔 여전히 꽃비가 내리는데
바람은 어디 간 줄 알 길이 없구나
너를 찾아 나선 그 길엔
꽃잎만이 발길에 차이고
어지러이 흩어지는 눈길
한 순간 차올랐다 뚝 떨어지는 슬픔
실바람이 불어오면
그 품에 안겨라도 볼 텐데
너는 무심히도 왔다가
곁눈짓 한 번 없이 가버리고
내 가슴엔 그만큼의 생채기만 남았다
가지 끝엔 동박새 하나 앉았다
떨어져 누운 분홍꽃잎
바람에 날려 흩어진 분홍꽃잎
어지러이 헤매는 퀭한 눈길
너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