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으로 멀리에 초점 잃은 달빛
어쩐 일인지 그날의 너를 닮았다
마치 그날의 네가 보였던 눈빛이다
초점을 잃은 것인지, 초점이 없는 것인지
그날 네가 던져놓은 단어들이 그랬다
다시 너의 단어들을 본다
말이 되질 못하고 제 멋대로 흩어지는
너는 허공에서 문장을 만들고 있다
어둠 속에서 말뜻이 되고 싶단다
하지만, 너의 단어들과 너의 속내는
아직도 글이 되질 못하고, 말이 되질 못하고
그것은 나의 글이 되었다
초점 잃은 나의 눈길이 너를 따라간다
한참을 따라가다 뒤돌아 선다
어딘가 아슬아슬한 너의 말끝을 붙잡지만
금방 또 제 멋대로 길을 잃는다
그것이 너의 글이고, 그래서 나의 글이 된다
나에게로 와서 사랑이란 그런 거다
너의 글이 가슴속 자리를 찾지 못하고
허공에서 흩어져 빈틈만 보일지라도
사랑이란 단어는 그 자체로 글이고 말이다
우리가 서로의 눈을 마주했던 그날에도
결국에는 흡족한 글이 되지 못했던 것은
섣부른 나의 욕심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