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세상에서 제일 아까운 비용 TOP 3

3비 ㅡ ㅌㅅㅂ, ㅂㅅㅂ, ㅈㅊㅂ

by 이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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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비용이라는 말이 있다. 말그대로 멍청해서 나가는 돈,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지불해야하는 비용이란 뜻이다. 우리는 이따금 멍청비용을 감당하며 산다. 예를들면 물건을 잃어버려서 다시 살 때나, 휴대폰을 떨어뜨려 액정을 교체해야 할 때 그렇다. 이렇게 나가는 돈은 참 아깝다. 조금만 신경썼더라면, 조금만 섬세했더라면..하며 스스로가 싫어지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필연적으로 멍청비용을 지불하며 살 수 밖에 없다. 가끔 부주의 하고, 가끔 섬세하지 못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예측할 수도 대비할 수도 없는 사고를 치고, 아둥바둥 수습하며 살기 때문이다. 따라서 멍청비용은 대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까워도 '하는 수 없지 뭐.' 하며 훌훌 털어내는 수 밖에 없다.


멍청비용과는 달리 아끼려면 아낄 수 있는 돈이 있다. 멍청비용 때문에라도 최대한 아껴야만 하는 돈인 것이다. 그건 택시비, 배송비, 주차비다. 이 3비는 공통점이 있다. 그건 바로 피하려면 피할 수 있는 비용이라는 것이다. 안 내려고 하면 어떻게든 안 낼 수 있지만 내려고 들면 한 없이 늘어나는 것. 어쩌면 이것이 멍청비용보다 더 아까운 지출이 아닐까? 지금부터 3비를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택시비다. 택시는 아플 때나 약자(영유아, 환자, 노약자, 임산부 등)와 동행할 때를 제외하고는 타지 않는다. 택시를 애용하는 어떤 이는 예외를 더 허용해야 한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지각했을 때나 막차 시간을 놓쳤을 땐 택시 말고 선택지가 없으니까. 하지만 예외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만 두어야 마땅하다. 아픈 것과 약자와 동행하는 상황은 내가 통제할 수 없다. 아프고 싶어서 아픈게 아니고, 동행하기로 한 약자는 매우 아끼는 사람일 것이므로 이럴 때는 아끼지 않는 것이 곧 내 삶을 아끼는 방법이다. 반면 지각과 막차를 놓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그건 내 통제 하에 있는 영역이다. 조금만 일찍 준비했다면, 막차 시간을 알아두었다면 택시를 타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이렇게 들어간 택시비는 얼마간의 성찰을 통해 재발하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


다음은 배송비다. 배송비는 애매한 면이 있다. 1개를 사면 3000원의 배송비를 내야하고, 2개를 사면 무료인 경우가 그렇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2개를 사는 비용보다 1개 + 3000원이 더 저렴하니 그냥 배송비를 내는 편이 나을까? 아니면 하나는 쟁여놓는다 치고 3000원을 아끼는 편이 좋을까? 개인적으로 두 선택지 다 메롱이다. 나는 주로 "쳇."하고 언짢아하며 다른 사이트를 검색한다. 1개만 사도 무료배송인 사이트나 다른 물건을 사도 묶음 처리 되어 배송비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사이트를 찾는다. 그것조차 불가능하다면 다가오는 일정들 중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과 겹치는 장소가 있는지 살핀다. 수도권에 살고 있는 나는 감사하게도 그런 일이 잦다. 예를 들면 약속장소가 마침 강남이라 가는 김에 ZARA 매장을 들리는 식이다. 단, 이는 긴급히 필요한 물건이 아닐 때만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주차비다. 주차비는 해도해도 너무한 경우가 많다. 특히 서울이나 수도권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일례로 나는 명동 근처에서 주차비로만 28000원을 지불한 경험이 있다. 고작 3~4시간 주차했을 뿐인데 말이다. 그날의 비용은 두고두고 뼈아픈 성찰을 하게 했다. 명동이라 더 심했겠지만서도 주차비는 부동산만큼이나 천장이 없다. 몇 번의 뼈아픈 성찰 이후로 되도록이면 서울에는 차를 타고 가지 않는다. 어차피 차가 많이 막히고, 주차할 곳도 없으며, 술까지 마실 수 있으니 대중교통이 마음 편하다. (불법주차는... 말그대로 불법이므로 이글에서 다룰 필요가 없다.) 반면 한적한 교외지역에 갈 때는 차를 가지고 간다. 그곳들은 대체로 주차장이 무료이고, 주차공간이 넉넉하며, 대중교통은 시간과 체력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기름값이나 약간의 주차비가 들더라도 융통성이라는 단어에 기댈 수 있을 만큼이다.


부주의한 성격 탓에 그간 많은 멍청비용을 지불해왔다. 한달 새에 아이폰을 2번이나 잃어버렸고, 온갖 것들을 떨어뜨려서 깨먹기 일쑤였다. 부주의의 대가는 전부 돈이었다. 몇 번의 멍청비용을 지불한 후에야 나는 그것들을 대비하기 위한 습관을 들였다. 있어야 할 것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지 더블 체킹하는 습관. 깨질만한 것을 다룰 때는 특히 집중하는 습관 등을 말이다.


하지만 멍청비용은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지뢰처럼 늘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렇다. 멍청비용의 그 새로움은 습관으로 대비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했다. 그건 아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아끼는 것이었다. 내게 아낄 수 있는 것은 택시비, 배송비, 주차비다. 아무쪼록 돈을 아끼기 위해서는 아낄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평온과 아낄 수 있는 것은 아끼는 용기, 그리고 그 둘을 구별할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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