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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어진 May 26. 2024

노트테이킹Note-Taking

그럼에도 이건 꼭! 1

 8할은 바람이 키운다. 그렇다면 2할은? 예절 교육, 안전 교육 등 아이에게 일러줘야 할 2할은 무궁무진하지만 그 중에서도 공부를 잘 하기 위해 필요한 2할은 뭐가 있을까?


 부모가 알려주어야 할 2할의 것 중 1할은 노트테이킹이다.


 노트테이킹이란(note-taking) 화자(話者)가 한 말을 잊지 않고 다시 알아보기 위해서, 화자가 말하는 내용을 각종 기호들을 이용해서 수첩이나 종이 등에 표기하여 요약, 정리하는 행위. 주로 순차통역(順次通譯), 토플(TOEFL) 듣기 문제를 풀 때 이용하는 방법이다.


 쉽게 얘기하면 누군가 하는 말을 들으며 핵심만 받아적는 기술이다.




 나는 19살 때 노트테이킹 기술 보유자였다. 아니다. 단순 보유자를 넘어 장인이었다. 1시간 수업 동안 초집중해서 선생님 말씀 중 핵심만 정리하는데 도를 텄다. 그래서 그런가 시험기간만 되면 친구들이 교과서를 빌려달라고 했다. 지금이었으면 선뜻 내어줬을텐데 그때는 그게 너무 아까웠다. 수업 시간에 잠만 자던 애가 시험은 잘 보고 싶어하는 것이 이기적이라고 느껴졌다. 제일 아꼈던 친구, 지원의 부탁이 아니면 못 들은 척 했다.


 그러자 교과서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잘 잃어버리는 아이였다. 처음 몇 번은 내가 또 잃어버렸구나 생각 했다. 다음엔 주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반복되었다. 분명 어제 야자 끝나고 서랍에 넣어두었는데 아침에 오니 없었다. 누가 가져간 게 틀림 없었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문방구에 가서 푸른색 자물쇠를 샀다. 우리 반에 사물함에 자물쇠를 건 아이는 나밖에 없었다. 다소 유난이었음을 인정하지만, 어쨌든 그 날 이후로 교과서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누가 가져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19살들이 보기에도 그것은 시험을 잘 볼 수 있게 해주는 꽤나 매력있는 것이지 않았나 싶다.

 



 노트테이킹을 하는 습관을 들이면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공부를 잘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첫째, 영어 듣기 시험을 볼 때 유리하다. 노트테이킹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알 수 있듯, 이는 영어 듣기 평가를 위해 고안된 기술이다. 나역시도 이 기술을 영어학원 리스닝 선생님이셨던 John에게 처음 배웠다. 노트테이킹을 하면 빠르게 지나가는 영어 녹음 파일에도 당황하지 않고 문제를 잘 풀어낼 수 있다.


 둘째,  시험 공부할 때 도움이 된다. 노트테이킹을 잘 해놓으면 혼자 독서실 책상에 앉아있더라도 수업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교과서만 펼쳐도 해당 차시 수업 내용이, 선생님의 뉘앙스가, 어떤 부분을 강조하셨고 어떤 부분은 그냥 넘기셨는지가 생생히 떠오른다. 이는 광활한 시험 범위와 늘 부족한 시간 속에서 세 번 외워야 할 부분과 한 번만 읽고 넘어가도 될 부분을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준다.


 셋째, 집중력을 높여준다. <학습전략 중 노트필기 전략 훈련의 효과에 관한 대학생 사례 연구>에 따르면 "키워드를 찾고 필기하는 활동 자체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한다. 실제로 학습 효율성 피라미드의 단계를 보면 "강의 듣기"는 학습자를 가장 수동적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학습 효율이 가장 떨어지는 방법이다. 이런 자료를 굳이 찾아보지 않더라도, 수업 시간에 잠깐 딴 생각을 했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노트테이킹을 하면 다르다. 뭐라도 써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듣기 때문이다. 연필을 잡고, 선생님의 말씀에서 핵심 키워드를 찾고, 무어라도 적는 행위는 해당 수업에 집중과 몰입을 가능하게 도와준다.


 넷째, 기억력을 높여준다. 노트테이킹을 위해서는 핵심 키워드를 분간해야 한다. 그것을 내 손으로 교과서 한 켠에 적어야 한다. 그리고는 잘 적었는지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내 방식을 고민하고 그것에 맞게 정리해야한다. 이러한 노트테이킹의 과정은 기억에서 사라지기 쉬운 강의 내용을 장기 기억으로 바꿔줄 가능성을 높여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노트테이킹 기술을 익힐 수 있을까? 나는 사회인지학자 반두라(Bandura)가 주장한 모델링 방법을 추천한다. 반두라는 인간의 행동 학습은 모방, 모델링을 통해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나역시도 John을 모방하고, 나만의 방법으로 재탄생 시키면서 노트테이킹 기술을 습관화할 수 있었다.


 앞서 말했듯 나는 영어학원 강사인 John에게서 노트테이킹 기술을 처음 배웠다. John은 문제를 먼저 읽고 어떤 부분에 집중해서 들어야 하는지 미리 생각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녹음된 테이프를 틀어주시고, 핵심 키워드를 받아적는 연습을 시키셨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John은 우리와 똑같이 칠판에 노트테이킹을 하며 모범답안을 보여주셨다. 그리고는 어떤 내용이 핵심이고, 어떤 부분은 삭제해도 좋고, 어떤 기호와 이니셜을 통해 간편하게 필기할 수 있는지 설명해주셨다. 나는 그것들과 나의 것을 비교하고 모방하면서 점차 나의 기술을 만들기 시작했다. (실제로 내가 하는 방식들은 John의 것이거나, 그것을 약간 변형 시킨 것이다.)


 부모인 우리가 먼저 좋은 노트테이킹을 보여주자. 각종 수업에서 노트테이킹을 하고, 자녀가 그것을 모방하고 비교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어떤 내용이 핵심이었고,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인 노트테이킹이 가능한지 설명해주자. 그리하여 자신만의 노트테이킹 기술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자.


 마지막으로 보탤 추신과도 같은 말이 있다면, 노트테이킹을 할 때 자기만의 기호를 활용하면 보다 효율적이다. 인터넷에 노트테이킹을 검색하면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호들이 나오는데 그것보단 '나만의 기호'를 만드는 것이 더 좋다. 이는 무엇이든 하나라도 덜 외우고 싶은 아이들에게 심리적 부담감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내가 만든 "나만의 기호"를 사용함으로써 기억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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