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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국 Apr 19. 2024

나비가 굴리는 눈덩이

나비 효과, 그리고 스노우볼에 대해

1961년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노턴 로렌츠는 기상 현상의 계산을 하던 중 같은 조건의 계산을 반복해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현상을 발견하였다. 로렌츠는 그 이유를 찾기 위해서 계산 과정을 하나하나 되짚어보았고, 그러던 중 두 번째 계산에서 수치 하나를 ‘0.506127’로 입력하지 않고 반올림해 ‘0.506’을 입력한 것이 원인임을 깨달았다.    

  

이런 현상을 발견한 후 로렌츠는 1972년에 한 강연을 열었다. 강연의 제목은 ‘Does the Flap of a Butterfly's Wings in Brazil Set Off a Tornado in Texas?’으로, 직역하면 ‘브라질에서의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는가?’였고 이 강연이 있고 난 후 ‘나비 효과’라는 단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비 효과’는 아주 사소한 차이가 결괏값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당신도 아마 ‘나비 효과’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을 것이다. 꽤 유명한 개념이고, 우리가 살면서 ‘나비 효과’에 딱 들어맞는 여러 가지 경험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나비 효과’에 부합할 수 있는 경험이나 개념은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먼저, 고등학교 수학에서 배우는 지수함수가 있다.     


당신은 ‘기하급수적 증가’라는 말을 알고 있는가? 일반적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라는 말은 어떤 양, 혹은 어떤 존재의 개수 등이 급격하게 증가할 때 쓰인다. 가령 ‘반도체의 중요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혹은 ‘인구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뭐 이런 것들 말이다.     


기하급수적이라는 말은 사실 등비급수적이라는 말과 동치이고, 등비급수는 지수함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어떤 관계가 있는지 굳이 설명하지는 않겠다. 단지 이런 것들이 나비 효과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제부터 말해보겠다.     


백만(1,000,000)이라는 숫자가 있다. 거기다가 1을 더해보자. 그럼 어떤 수가 되는가?     


당연하게도 ‘1,000,001’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계산 이후의 수와 계산 이전의 수의 차이는 몇일까? 당연하게도 그것은 1이다.      


즉, 당신은 어떤 숫자에 1을 더하는 연산을 했을 때 결과도 똑같이 1이 증가하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면 이런 사례는 어떨까?     


2의 50 제곱(2^50)이라고 하는 수가 있다. 지수에 1을 더해 2의 51 제곱(2^51)으로 만들어보자. 그렇다면 계산 전과 계산 후의 차이는 몇일까? 옆에 공학용 계산기가 있길래 계산해 보았다. 답은 대략 1.13*10^15이다. 얼마나 큰 수인지 감이 안 잡히는 당신에게 설명해 주겠다. 우리 은하의 별 개수를 6000억 개라고 한다면 저 수는 우리 은하의 별 개수보다 약 1876배 더 큰 수이다.     


그저 지수에 1을 더했을 뿐인데 이렇게 큰 차이가 나오는 것이 앞서 언급한 ‘나비 효과’의 특성과 비슷하지 않은가? 이런 것이 생소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조금 더 알기 쉬운 하나의 사례를 말해보겠다.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종이를 42번 접으면 달까지 갈 수 있다.”     


당신은 분명 이와 비슷한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정확한 횟수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이것도 기하급수적 증가와 관련이 있다. 종이를 42번 접었을 때 종이의 두께는 원래 종이의 두께와 2의 42 제곱을 곱한 값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작은 숫자의 변화로 큰 결괏값의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나비 효과’와 맞닿아있다.     


수학적인 것들을 나열해 피곤해할 당신이 눈에 보인다. 이제 이 글에서 수학 내용은 거의 나오지 않을 것이다. 약속하겠다. 당신은 ‘나비 효과’에 부합할 만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가? 어떤 사소한 것 때문에 미래에 큰 문제에 직면한 적이 있는가? 나는 이에 관한 한 가지 경험이 있다.     


2021년 입대를 하고 2022년쯤 군 생활을 조금 많이 했다고 느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전역하고 뭐 하지.’     


당신이 만약 군필자라면 공감할 것이다. 무조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결국 그 사람의 조바심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조바심은 또 어떤 행동으로 이어진다. 군대에서 공부해 수능을 다시 보겠다는 사람도 있고, 주식투자를 시작하기도 하고, 운동이라도 하자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나 또한 어떤 조바심에 휩싸여 있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대학교 편입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도대체 무슨 짓인가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당시에는 편입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있었다. 돌아보면 학교나 학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혹은 과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는 절대로 아니다. 그냥 그 당시 나의 조바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 뭐라도 해야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편입 인터넷 강의를 적지 않은 돈 주고 구매하고, 책까지 모두 구매해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몇 개월을 공부하던 중, 편입을 한 지인 중 한 명이 나에게 말했다.     


“야 너 그거 편입 조건 잘 확인해 봐.”

“...???”     


가슴이 철렁했다. 그런 것도 확인하지 않았던 나를 자책했다. 그래도 ‘설마 내가 조건이 안 되겠어?’ 하며 편입 조건을 확인했다. 거의 모든 학교에서 당시 수료한 학점 제한이 있었고 내 기억으론 아마 재학하던 학교 졸업 학점의 절반을 수료해야 편입이 가능했었던 것 같다. 빠르게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나의 수료 학점을 확인했다.     


‘67’     


그리고 학과 홈페이지에 들어가 졸업 학점을 확인해 보았다.   

  

‘140’     


학점확인을 하고 나서 10초 동안 정말 사고가 정지했다. 그 이후로 거의 2주 동안은 정말 무기력하게 살았다. 마치 삶의 목표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왜 나의 수료 학점이 이렇게 낮은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고, 한 기억이 떠올랐다.     


2020년, 내가 2학년일 때 수업을 많이 듣기 싫다는 이유로 ‘물리화학 2’라는 3학점 과목을 무려 ‘교수님께 직접’ 전화해서 수강 포기를 했었다. 심지어 그때는 코로나가 유행할 때여서 대면 수업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고 나니 인생의 쓴맛을 조금이나마 느낀 것 같았다.     


‘어떻게 이렇게 될 수가 있지?’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과거의 나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고, 이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하며 자책을 늘어놓았다. 당시 거의 다 군대 후임들이어서 내색은 안 했지만 아마 속으로 멍청하다고 비웃고 있지 않았을까?     


아무튼, 이렇게 나는 과거 한 사소한 실수가 몇 년 뒤 결과에 엄청난 영향을 준 경험이 있다. 이런 경험은 ‘나비 효과’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비슷한 개념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스노우볼 효과’라고 불리는 것이다. 스노우볼 효과란, 어떤 사건, 현상, 혹은 수 등이 작은 변화나 작은 출발점으로부터 점점 커져서 결국 큰 결과를 만들어냈을 때 사용하는 말이다.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당신이 만약 적은 돈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고 해보자. 그러다 투자금이 점점 불어나 무시하지 못할 수준으로 자라났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당신의 돈은 적은 돈으로 시작해서 점점 불어나 큰돈이 되었을 것이다. 그 과정을 가리켜 ‘눈덩이를 굴린다.’라고 지칭한다. 그래서 ‘돈을 굴린다.’라는 말이 존재하는 것이다. 당신이 돈을 굴리는 여러 행동, 즉, 주식, 코인, 적금 등을 했을 때 당신의 돈이 점점 커지는 것을 굴릴 때마다 커지는 눈덩이에 비유한 것이다.     


그렇다면 ‘나비 효과’와 ‘스노우볼 효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여기서부터는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내 생각엔 ‘나비 효과’는 원인과 결과에 중점을 두고, ‘스노우볼 효과’는 과정에 더 중점을 두는 말 같다.    

 

만약 당신이 수험생이고 수능 준비를 해야 하는데 좀처럼 공부를 하기가 싫은 사람이라고 해보자. 그러다가 어떤 자극 영상을 보고 공부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다고 해보자. (물론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나비 효과’를 말하는 사람은 자극 영상을 본 것에 의해 결국 원하는 학교에 갔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스노우볼 효과’를 말하는 사람은 자극 영상을 보고 나서 본인이 한 공부가 쌓이고 쌓여서 눈덩이처럼 불어나 성공적으로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고 할 것이다.     

 

어떤 차이인지 알겠는가? ‘나비 효과’는 과정을 생략하고 원인과 결과에서 무게감의 차이에 기인한다. 그에 반해 ‘스노우볼 효과’는 처음의 작은 변화, 작은 현상이 본인의 노력과 같은 다른 어떤 요소로 인해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나비 효과’와 ‘스노우볼 효과’를 합치면 원인에서부터 과정을 거쳐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따라서 우리는 살면서 ‘나비 효과’와 ‘스노우볼 효과’ 모두 필연적으로 경험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살면서 너무나도 많은 나비의 날갯짓을 경험한다.  

    

또한, 나비의 날갯짓은 너무도 사소하기에 우리는 당시에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러다가 그것이 결과로 나타났을 때 비로소 깨닫는다.      


하지만 본인이 인지하지 못했을 뿐 원인과 결과 사이에는 항상 과정이 수반된다. 눈덩이가 굴러가는 것처럼 작은 차이가 점점 커져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 결과가 부정적인 것인지 긍정적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조금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나비의 날갯짓으로 시작된 눈덩이는 점점 커져 어떤 결과를 가져온다.    

 

그 결과가 본인에게 좋은 것이라면 나비가 굴리던 눈덩이를 본인의 의지로 더 강하게, 더 빠르게 굴릴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끝에 가서는 더 큰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 결과가 본인에게 좋지 않은 것이라면, 나비가 굴리고 있는 눈덩이를 본인의 의지로 멈출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나쁜 결과도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나비의 날갯짓을 알 필요는 없다. 사실 알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눈덩이가 불어나고 있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나비가 굴리는 눈덩이가 커져감을 깨닫는다면 당신은 그 눈덩이를 멈출지, 아니면 나비의 날갯짓을 도와서 조금 더 큰 눈덩이를 만들지 정할 수 있다.     


지금 잠깐 생각해 보자. 현재 당신이 가지고 있는 눈덩이는 어떤 것이 있을까? 분명 어떤 것이 있을 것이다.


당신은 그 눈덩이를 멈춰야 하는가? 혹은 더 크게 만들어야 하는가? 어떻게 할지는 온전히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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