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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국 Jun 15. 2024

보편의 시간

시간의 무게는 모두에게 같을까?

2024년 4월 1일,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벌써 4월이야?’


체감상 2024년이 시작한 지 정말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2023년 2학기를 마치고 구월동에서 친구와 술을 마셨던 기억은 정말 어제 같았다. 하지만 시곗바늘은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시간, 그 틈새를 달리고 달려서 지금에 이르렀다. 같은 과 동기와 이런 대화를 했다.


“이제 시험 기간이야.”

“... 벌써?”


앞서 언급한 술자리가 어제 같았다면, 이번 학기의 개강은 비유하자면 정말 10시간 전 같았다. 하지만 실제로 지난 시간은 내가 느끼는 시간의 몇백 배는 되는 것 같았다. 마치 블랙홀 주변에 잠깐 살다가 온 것처럼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당신도 이런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시간이 빠르게 가는 것처럼 느끼거나, 반대로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간다고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시간이 빨리 가고, 싫어하는 일을 할 때 시간이 느리게 간다. 직장인들이 주말을 너무 짧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첫 휴가를 나온 군인이 3박 4일의 휴가를 3.4초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시간 흐름은 매 순간 모두에게 거의 같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인식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우리는 매 순간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성인의 평균 심박수는 분당 60회에서 100회 정도이다. 100회라고 가정했을 때, 우리는 하루에 140만 번 이상의 심장 박동을 경험한다. 당신을 이를 모두 느끼고 있는가?


아마 아닐 것이다. 140만 번은커녕, 하루에 한 번도 본인의 심장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즉, 우리는 하루에 그토록 많은 심장의 떨림을 경험하면서도 그것이 정말 있는 것이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시간도 같다. 우리는 하루를 살면서 지금이 몇 시인지 수시로 확인하지만 정작 시간이 흐르는 것을 순수하게 느끼지는 않는다. 마치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 어떤 존재가 당신을 납치하여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두었다고 해보자. 당신은 그곳에서 탈출하려고 노력하다 결국 자포자기하여 바닥에 누웠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있는 당신에게 들리는 소리는 무엇일까?


약간의 이명, 숨소리, 그리고 심장 박동 소리일 것이다.


당신은 아무것도 없는 공허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당신의 심장 박동 소리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박동 소리에 매너리즘에 빠지고, 종국엔 미쳐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은 어떨까? 당신은 이 글을 읽는 동안 적어도 1분의 시간을 소비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당신에게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었을 것이다. 또한, 보편적으로 1분의 시간은 매우 짧은 시간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스톱워치를 켜서 아무것도 하지 말고 1분을 재 보면 1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새삼 와닿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이 빠르게 간다고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어떤 주제나 본인이 하고 싶은 일들에 몰입했기 때문이 아닐까? 만약 당신의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간다면 그런 것들을 찾지 못해서 시간의 흐름이 피부로 와닿기 때문이 아닐까?


즉, 시간을 빠르게 보내는 방법은 시간의 흐름을 잊는 것이다. 또한, 시간의 흐름을 느리게 하는 방법은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것이다.


당신의 현재가 너무 고통스러워 빨리 지나가기를 바란다면, 시간의 흐름을 잊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게 어떨까. 그게 무엇이든 말이다.


아니면 당신이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어서 시간이 느리게 흐르길 바란다면, 시간이 지나감을 느껴보는 게 어떨까. 어떤 방식으로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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