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관계의 사회 그리고 살아남기

by 글씨가 엉망


기술속에서 인간은 어디에 서 있는가?

실재적 가치가 모호하던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는 빅데이터와 AI의 활개 속에 개인의 생활방식과 기업의 경영방식을 지독히 개인적 ‧ 독립적인 수요와 욕구에 대한 만족으로 그 방향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그 속도는 가속화 되고 있다.


과거에는 대중을 하나의 집단으로 보고 획일화된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지금은 고도로 세분화되고 다변화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개개인의 데이터에 주목한다. 이 과정에서 ‘관계’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기본 단위가 되었다. 일상, 기업, 정치 등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관계 기반’ 사고가 작동하며, 모든 활동은 관계 속에서 이해되고, 인식되기를 요구받는다.


관계속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시장


먹고, 자고, 쉬고, 놀고, 웃고, 울고... 모든 개인의 일상은 이미 관계 속에서 생생히 표출되어지고 있고, 때로는 의도되지 않은 관계 속으로 끌려들어가 또 다시 관람되어지며 많은 접속과 팔로워라는 새로운 자기가치와 시장가치를 형성하고 있다.


이것은 기존의 기업경영 방식이었던 생산과 판매, 판촉망‧영업망의 비중은 빠른 속도로 축소되어지고, 다양한 수요와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개개인의 생활방식, 소비패턴 및 지출방식 등 다양한 로데이터 (Raw Data)를 기업의 이윤추구 방식에 적합한 로직(Logic)을 구상하고 실현시킬 수 있는 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런 상황을 놓치지 않고 사회 전반에서는 코딩, AI 등의 흐름에 동참 할 수 있고,

로직의 중심의 서 있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프로그래밍은 본질적으로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업무 지시를 내리는 과정이다. 이제 이 작업조차도 AI가 수행할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핵심은, 무엇을 질문할 것인가, 어떤 논리를 구성할 것인가이다. 단순한 기술의 사용 능력보다는, 필요에 따라 논리 구조를 만들고, 데이터를 활용하여 가능성을 열어가는 ‘사고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필요한 것은 필요에 따른 논리를 구성 할 수 있는 능력과, 사고체계가 필요한 것이다. 어떤 정해진 방법이나 해답은 없다. 다양한 수요와 요구를 정답으로 규정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가능성이 있도록

관계를 이끌어 내는 것이고, 이것이 결국은 관계의 사회로 자연스럽게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관계의 사회가 가져온 역설과 스트레스


문제는 이러한 관계의 사회 속에서 3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문제와 사회적 스트레스가 양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문제에 대한

이해보다는 이해받음을 더 중요시하는 상황으로 그 위력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는 점점 이미 우리에게 하나의 규범과 배제할 수 없는 비용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가장 큰 변화는 상품과 서비스의 개발을 통한 많은 수요의 발생이 기존의

기업의 경영방향 이었다면, 지금은 개인적 특성에 따른 수요에 대한 실시간 대응 및 데이터 축적을 통한 수요예측이 가장 중요한 경영방향이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은 언제나 관계 속에 있었다.


가족 개념의 변화도 이런 스트레스를 심화시키고 있다. 전통적인 가족은 직계존비속을 포함해 선조에 이르기까지 관계의 연속성을 요구했다. 이제는 1인 가구의 증가, 비대면 소통, SNS 관계망의 확대로 인해 전통적 관계의 규범은 점차 힘을 잃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관계 모두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사회적 비용으로 작용한다.


관계의 사회가 아닌 경우에는 어떠 할 것인가? 추측하건데 인간의 태고적 생활은

자기생존과 본능적인 존속 생명체에 대한 생존의 유지가 그 삶의 전부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때는 관계의 사회가 아니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집단, 소집단, 부족 등 모든 1인 이상의 집단은

관계구조를 전제로 한다.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닌 당연 관계로서의 자연스런 편입이라는 것이 적합한 표현일 것 같다. 규범에 의한 것이 아닌 자연법칙에 의한 관계구조로의 편입은 당연하게 자기본능의 통제와 구성원과의 관계유지 및 집단존속을 위한 규율과 책임이 요구되어진다. 이러한 구조가 지금까지의 고전적 관계구조를 유지해왔던 우리사회의 시스템과 다른 점이 있을 것인가?


태고적 관계구조에서는 생명유지와 집단존속이 관계유지의 목적이었다면, 현재의

관계구조의 목적은 더욱 복잡하다. 이미 보장된 생명유지와 집단존속을 위한 여러

가지 국가 차원의 복지와 사회적법률을 통한 시스템통제가 이미 수 세기를 거쳐

확립되었으며, 전 인류의 공감대 형성을 통한 세계의 질서유지 시스템으로 인정

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우리는 관계의 사회에서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가 발생하고 있는가? 관계에 의한 사회적 규율은 앞서 기술했다시피 생명과 집단존속이 목적이 아닌,

기본단위인 가족으로 바뀌어가고, 1인 가구의 증가와 SNS의 대중화로 소통의 폭풍속에서 소통에서의 소외감이 우리에게는 과거에 겪지 못했던 스트레스로 작용해

가고 있다.


물론 사회에 소속되는 순간부터 SNS의 폭풍속에서 자라오고 활용해오던 세대에게는 당연한 관계형성수단으로 인식하겠지만, 반대로 고전적 관계형성에 익숙한 세대에서는 스트레스와 사회적 소외가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고전적 관계에서의 가족의 범위는 당사자 가족만이 아닌 직계존속 및 비속, 심지어 존재하지 않는 선조까지 현재의 가족을 관계속에 얽어매고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온오프라인의

개인관계를 유지해나가기 위한 얽매임속에 살고 있다. 이미 관계속에 얽매여 있는 상태에서 의지와 상관 없이 관계속에 있어야하며, 유지를 위한 모든 활동이 결국은 스트레스와 사회적 비용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결국 관계의 사회구조는 시공간과 삶과 죽음을 뛰어넘는다


관계는 기술에 의해 확대되었고 인간은 그 속에서 존재를 증명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이 구조가 곧 해답은 아니다. 우리가 진정 고민해야 할 것은 관계속에서 어떻게 자신을지켜낼 것인가. 그리고 기술의 흐름 속에서 인간다움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관계중심의 사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 안에서 자율성을 잃지 않는 것이 우리한테 주어진 과제가 아닐까..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03화신이 두려운가? 그렇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