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가을, 대학원을 졸업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에도 상담 관련 직종에 풀타임, 정규직 자리는 많지 않았어요. 어렵게 논문까지 쓰고 졸업은 했는데 이제부터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나 정말 막막했죠.
그냥 마음속에는 단 하나 상담을 하며 돈을 벌 수 있으면 좋겠다. 전공을 살려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만 남았어요. 취업에 대해서 많이 알아보지도 않고, 친구가 "카운**" "카운*"에 가면 상담 관련 구인 공고가 많다고 알려준 이야기만 듣고 여기저기 원서를 냈어요.
그러다 한 청소년 상담 기관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신나하며 회의 홈페이지를 대충 훑어보고 갔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용감무쌍했던 것 같아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내용만 숙지하면 되겠지 뭐 하며 갔던 것 같아요.
물론 나중에 면접을 진행하는 입장이 되어 보니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내용도 기억 못 하는 지원자들도 꽤 많았어요. 그렇지만, 제가 합격자가 되기 위해서는 뭔가 남달랐어야 하는 건데 말이죠.
면접 내용은 처참했어요. 처음 보는 면접관들 앞에서 정말 긴장도 많이 했고, 질문하는 내용마다 모르는 것들이 많아 솔직히 "잘 모르겠다"라고 대답했어요.
오죽하면, 면접관들이 "다음에 면접 보러 가면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임해요" 하고 격려를 해줄 정도였어요.
분위기만 봐도 그냥 이 면접은 망했구나 싶었어요. 철저한 준비 부족이었거든요. 지원한 청소년 상담 기관이 어떤 예산으로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전혀 모르고 갔으니까요.
울적한 마음으로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어요.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사람들이 그저 부러웠던 시절이라 한가로운 대낮에 지하철을 타는 것도 싫더라고요. 마침 반차 쓰고 퇴근하는 친구와 지하철에서 만나 면접을 망친 후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친구는 다음에 면접을 보러갈 때는 잘 준비해서 가라며 어깨를 토닥여주었죠.
그러다 갑자기 전화가 왔어요.
결과는 "합격" 이었어요. 바로 내일부터 출근할 수 있는지 물어보더군요. 당연히 가능하다고 했죠.
되게 아무렇지 않은 척 전화를 끊었어요. 그리고 지하철이라는 것도 잊고 옆에 있던 친구와 와글와글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어요. 친구는 자신이 반차를 쓰고 나오길 정말 잘 했다며, 진심으로 축하해주었어요.
출근해서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제가 지원한 자리가 공석이 된 지 한두 달이 넘었고, 이전 합격자가 입사일을 코앞에 두고 입사를 취소하는 바람에, 채용 재공고를 낸 상황이라 회사가 아주 급했더군요.
어쨌든 면접을 망쳤음에도 합격을 했다는 것이 얼떨떨하면서도 당장 내일부터 출근해야 한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며 집으로 돌아갔어요.
전공 관련 청소년 상담 기관에 합격했다는 소식만으로도 부모님은 한없이 기뻐해주셨답니다. "내일부터 출근하려면 어떤 걸 준비해야 하나, 멀리 다니려면 피곤해서 어쩌냐, 잘 될 줄 알았다." 밤이 늦도록 가족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죠. 출근만 하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시절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