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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한 딸에게 전하는 아빠의 당부

by 마잇 윤쌤

출근을 시작하고 며칠 뒤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청소년 상담 기관이라는 것을 알게 된 아빠가 저에게 꼭 해줄 얘기가 있다며 부르셨어요.



"나라에서 이 사업을 접기 전까지

출근하겠다는 각오로 일해라." - 아빠



아빠는 젊은 시절 S 그룹과 C 그룹에서 25년 이상 근속하셨고, 임원(대표이사)까지 하셨어요. 그룹 공채 출신이 아닌 아빠가 그렇게 승진하셨다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는 것도 취업하기 전까지, 더 솔직히는 남편이 말해주기 전까지 잘 몰랐죠.


그래서 이후에 아빠에게 직장 생활 조언을 많이 구하기도 했지만, 취업 후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뜬금없게 느껴졌어요.


저는 갑자기 아빠가 이게 웬 뚱딴지같은 이야기인가 하는 표정으로 듣고 있었죠. 이렇게까지 비장할 일인가 싶었거든요.



"회사에 똑똑하고

촉망받는 여직원들이 많이 있었지만,

결혼과 출산, 가정사로 인해

많은 수가 중도 퇴사했다.


10여 년이 지나고,

그 분야에서 근속하고 있는 여직원이

최고의 전문가가 되는 것을 많이 보았다.


그 중에는 입사했을 때 주목 받지 못하고

그저 그랬던 사람들도 많았어.


너도 나라에서 책상을 빼앗기 전에는

무조건 출근하겠다는 각오로

일을 해야 한다.


그래야 남자 직원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살아남을 수 있다." - 아빠



아빠가 해주신 이야기를 듣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그리고 제가 회사를 다니는 내내 큰 이정표가 되었죠. 자칫 나태해질 수 있는 공공기관을 다니는 저에게 깨우침이 되는 말이었으니까요.


그 이후로 저는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청소년 상담 공공기관이지만, 사설 센터보다 좋은 퀄리티의 상담을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어요.


이곳을 이용하는 이들에게 상담비가 저렴한 것이 "싼 게 비지떡"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혜택을 누리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거든요.


그런 마음들이 힘들었던 신입사원 시절을 견디게 해주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덕분에 다른 사람보다 일을 빨리 배울 수 있었다고 자부해요.


물론 워라밸이 사라진 시간을 오래도록 보냈지만, 저는 언제든 예약하면 상담을 할 수 있는 상담실이 있었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있어서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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