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하고 5개월 후, 새해가 되었어요. 애석하지만 이때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12월 말로 많이들 떠났어요. 입사한 지 4개월 만에 제가 선임이 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죠.
그리고 이것이 매년 반복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사실 진짜 선임은 육아휴직 중이었고, 6개월 후에 복직 예정이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왜 아무도 진짜 선임이 육아휴직 중이라는 걸 제대로 말해주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입사한 지 5개월 만에 선임이 되었고, 새로운 직원들이 뽑혔어요. 어이없지만, 5개월 차 신입사원이 새로 입사한 직원들에게 자료를 만들고 교육을 하고 인수인계를 해주는 상황이었죠.
이렇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중, 저는 남편과 연애 중이었답니다. 남편과 저는 거의 입사한 직후에 만나게 되었고, 남편은 일에 파묻혀 살고 싶어 했던 저를 묵묵히 뒷바라지해주며 지냈어요.
이제 막 만나기 시작했던 터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을 텐데, 주말에도 밤에도 일하고 있는 저에게 도시락과 핫팩을 챙겨주며 응원해 주었어요. 사실 자상하고 한결같은 그 모습에 결혼을 결심하게 되기도 했어요.
청소년 상담 기관에 일한다는 것이 결혼 상대자를 고르는 남자의 입장에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을 저는 그 간 몇 번의 소개팅으로 알게 되었거든요.
급여가 많은 것도 시간이 여유로운 것도 아닌 직업에 진심을 다하고 있는 저의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한심해 보이는 일이더라고요.
하지만,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자부심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 남편에게는 더 멋있었다고 해요. 사회에 꼭 필요한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서 좋다면서요.
이렇게 글을 쓰며 정리해 보니, 저는 회사와 제 스스로의 직업에 자아의 너무 많은 부분을 내어줬네요. 이것을 이해해 주는 사람과의 결혼을 결심하고 신혼집을 회사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얻을 만큼, 내 삶에서는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있었구나 싶어요.
그 힘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지만, 결국은 그것들이 스스로를 힘들게 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 편 한 편 글을 쓰며 느끼고 있어요. 조금 거리를 두고 보면, 회사와 직업이 저의 전부가 될 수는 없는 일인데 말이죠.
바쁜 중에 우선순위는 늘 일이었기에, 연차를 거의 내지 않고 부모님이 준비해 주시는 것들에 ok를 하며 결혼을 준비했어요. 어쩌면 이때부터 제 삶에는 누수가 생기고 있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