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하고 1년이 채 되지 않아 저는 결혼을 하게 되었어요. 신입사원이나 다름없는 연차에 결혼준비를 하며 새로 들어온 직원들에게 업무를 알려준다는 것은 다시 봐도 불가능한 미션이었던 것 같아요.
일이 중요했던 저는 자연스레 결혼준비는 부모님과 남편에게 많은 부분 미루었고, 결혼식 전전날까지 출근하며 일을 처리했어요. 그럼에도 신혼여행으로 자리를 비운 며칠 사이 인수인계 미비로 동료 직원들이 애를 먹었어요.
돌아보면 인수인계를 어떻게 하는 건지도 잘 몰랐어요. 제가 없는 동안 열심히 빈자리를 채워준 동료 직원들에게는 지금도 많이 고맙고 미안합니다.
신혼여행을 다녀와서는 벌여놓은 일들을 열심히 수습하느라 결혼 후 3~4개월 정도는 정말 자주 야근하며 지냈어요. 일을 좋아했고, 잘 해내고 싶었기 때문에 주말에 나오거나 야근을 하는 것은 저에게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어요. 일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더 컸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함께 일하는 다른 직원들이 모두 저와 같이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누군가는 정해진 시간 내에 적당히 일하면 좋겠는데, 한 사람이 지나치게 열심히 하고 있으니... 불편해했죠. 다른 직원들과 저의 생각에 간극이 있다는 것을 저도 느끼기 시작했어요.
제가 야근을 많이 하는 것도, 상담을 잘하고 싶어서 주말에도 교육을 받고 공부를 해서 자격증을 따는 것도... 불편해했던 것 같아요.
회사에서는 상사가 있고, 회사 분위기가 있으니 동료들이 대놓고 저에게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어요.
다만, 가끔 저에게 왜 그렇게 열심히 일 하냐고 적당히 해도 된다고 말할 뿐이었죠. 그렇게 꼭 다 잘하려고 하지 말라면서요. 그게 그런 뜻이라는 것은 한참 뒤에야 알았어요.
돌아보면 정말 눈치 없이 열심히 일했고, 그 해에 회사에서 주는 "우수직원상"을 받았어요.
고생한 것을 인정받는 것 같아서 저는 진심으로 기뻐했던 것 같아요. 물심양면으로 응원해 주던 남편과 함께요. 제가 상을 받을 때 떫떠름한 표정으로 박수를 치던 동료 직원들의 표정이 지금도 기억나요.
치열하게 열심히 달려가느라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는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일적으로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 후회하지는 않아요. 저에게는 동료 직원들과 잘 지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