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치료사 윤쌤이 주말을 앞두고, 남편과 이불, 옷장 정리를 간단히 하고 있어요. 늦가을과 초겨울에 입던 얇은 니트만으로는 추워진 찐 겨울이라 조금 더 두껍고 따뜻한 니트들을 꺼내던 중이었는데요.
딸아이는 식탁에 앉아 문제집을 풀고 있는 줄 알았는데, 방에서 소리가 나더군요. 무슨 일인가 다가가보니, 딸아이는 옷을 끌어안고 있었어요.
"엄마 이제 냄새가 거의 안 나"
가만히 보니, 엄마의 옷이었어요.
딸아이 눈망울은 금방이라도 굴러떨어질 것 같은 눈물이 가득했어요.
올해 1월 돌아가신 엄마는 딸아이와 각별했거든요. 코로나 이전까지 엄마와 저는 거의 육아를 반반씩 담당했어요. 아플 때면 일주일씩 친정에 가있기도 했어요. 그러니 딸아이에게 외할머니는 엄마와 동격이겠죠.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네요.
엄마가 돌아가시고, 딸아이는 엄마의 옷을 한 벌 간직하고 싶어 했고, 가족 모두 그러라고 했어요. 그 옷은 엄마가 건강했을 때 함께 한 딸아이의 마지막 생일 파티에 입고 왔던 옷이었어요.
이따금씩 딸아이는 할머니가 보고 싶을 때 그 옷을 끌어안고 할머니 냄새가 난다며 좋아했었는데요. 이게 시간이 지나갈수록 자연스레 사라진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그렇게 아쉽고 슬프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빨리 그 시간이 올 줄은 몰랐네요.
놀이치료사 윤쌤의 친할머니는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일찍 돌아가셨고, 외할머니는 지금도 정정하셔요. 그래서 할머니를 잃은 딸에게,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딸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저 딸아이를 가만히 안아주며, 토닥여주었어요.
"할머니 보고 싶어"
딸아이는 금세 눈물을 흘렸어요. 요즘은 할머니가 꿈에도 잘 오지 않는다면서요.
그래도 딸아이 꿈에는 몇 번 오셨나 봐요. 제 꿈에는 한 번도 안 오시던데...
딸아이를 안아 토닥여주었어요. 다시 딸아이는 문제집을 풀고, 남편과 저는 정리를 마쳤어요. 밀린 빨래들을 돌리며, 새로 산 다우*를 꺼냈는데요. 너무도 익숙한 향이었어요.
그리고 빨래를 다 하고 꺼내며 알았어요. 이 향이 익숙했던 이유를요. 엄마가 즐겨 쓰시던 다우*더라고요.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어찌나 반갑던지 딸에게 바로 알려줬어요.
"이거 할머니 냄새 같아!"
딸아이가 달려와 갓 꺼낸 빨래에서 나는 향을 맡아보더니 고개를 끄덕였어요. 할머니 냄새가 맞데요. 새로 빨아준 담요를 주말 내내 소중하게 안고 있는 딸아이가 눈에 아른아른하네요.
엄마를 오래 기억해 줘서... 고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