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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왜 자꾸 같은 걸 물어볼까?!

by 마잇 윤쌤

놀이치료사 윤쌤은 초등 3학년 딸아이와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어요. 이번 방학에는 방과 후도 돌봄도 신청하지 않아서 정말 딸아이와 둘이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놀이치료사 엄마 윤쌤은 너무도 바쁩니다. 매일 딸아이가 해야 할 과제도 체크해두고, 학원 스케줄도 정리해서 말해줘야 해요.


딸아이가 배고프다고 말하죠. 딸아이 먹을 것을 챙겨주고, 할 일을 다시 적어 내려가요.


조금 뒤 딸아이가 다 먹었다고 하면 그릇을 정리합니다. 그러다 보면 할일을 어디까지 적었더라 까먹기 일쑤고, 어떤 때는 딸아이에게 점심에 뭐 먹고 싶은지 5번 물어봐요.


어제 점심에는 주먹밥을 먹겠다는 딸아이에게



"점심에 치킨을 먹겠다는 거지?"



라며 태연히 3번이나 물어봤네요.



"엄마 왜 자꾸 같은 걸 물어보는 거야?"



딸아이가 물어보는데, 이거 어디서 들어보던 말이더라고요. 제가 엄마에게 자주 했던 말이었어요.



"엄마! 그거 어제도 물어봤잖아!"



놀이치료사 윤쌤이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매일 같은 시간에 집에서 출발했어요. 그럼에도 엄마가 매일 저녁 내일 몇 시에 학교 가냐고 물어보는 거에요.


그때는 아니 왜 같은 시간에 나가는데도 기억을 못 하냐고 짜증도 많이 내고, 나중에는 기억이 안 나면 어디 적어두던지, 휴대폰에 알람이라도 설정해두라고 그랬어요.


엄마도 많은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건데... 지나보니 제가 엄마에게 너무 뭐라고 했네요. 딸아이처럼 엄마에게 친절하게라도 말해줄걸 싶은 마음이 들어요.


그래서 딸아이에게는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어요.



"엄마가 자꾸 까먹어서 그래~

한 번 더 말해줘~!"



저도 엄마가 되어 딸아이를 키우다보니 어린 시절 이해가 되지 않았던 엄마가 너무도 이해되는 순간들이 많아집니다. 엄마에게 고마운 일도 미안한 일도 많은데, 이제 돌아가신 엄마에게 마음을 전할 길이 없네요.


주먹밥과 치킨을 점심으로 냠냠 먹으며 좋아하는 딸아이를 보니 오늘 이 순간이 더없이 소중해지네요.

고맙고 미안할 일들을 마음껏 표현하며 오늘 하루를 보내야겠어요.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려요. 추운 날씨지만 마음은 따뜻하게 지내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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