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부모라 해도
당연히 해야 하는 건 없다는 사실과
어떤 역할을 맡았다고 해도
그 역할을 해낼 힘은 똑같지 않다는 사실을 명백히 아는 사람이 되었다.
부모니까 누구나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건 애초에 없었던 거다.
나의 부모가 묵묵히 해왔기에 당연한 거라
착각했을 뿐, 대부분 부모가 매일 하는 일상의 소소한 빨래부터 천문학적인 교육비까지 어느 하나 빠질 것 없이 대단하고 특별한 일이다.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 中
엄마가 돌아가시고 1년 남짓 시간이 지났지만, 저는 여전히 엄마가 많이 생각납니다.
기쁜 날은 기뻐서, 슬픈 날은 슬퍼서, 그리고 어떤 날은 엄마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서...
이유는 참 다양하지만 저는 여전히 엄마가 그리운 모양입니다.
엄마는 언제나 저녁이면 따뜻한 새 밥을 해주었고, 새 반찬을 만들어주셨죠. 아빠의 퇴근시간에 맞추어 가족들이 함께 저녁밥을 먹었어요.
함께 저녁밥을 먹고, 엄마와 아빠가 사랑하는 모습을 보며 컸다는 것이 평범하지만 가장 감사해야 할 행복한 일상이었다는 것은 한참 후에야 알았어요.
한창 어린 스물셋, 엄마는 결혼을 했고, 몇 년 뒤 저를 낳고, 또 몇 년 뒤 남동생을 낳았죠. 그렇게 평생을 가족들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엄마의 꿈은 단어조차 희미해졌던 것 같아요.
어릴 때 저녁에 먹던 따뜻한 새밥과 드라마 세트장처럼 계절마다 꾸며졌던 우리집, 가지런히 새 수건이 정리된 화장실, 어릴 때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은 제가 알지 못했던 엄마의 수고였어요.
딸을 낳아 키운지 10여 년, 엄마처럼 살기는 참 어렵구나 깨닫습니다.
딸아이에게 최고로 완벽한 부모가 되기보다는, 성실하고 다정하게 늘 곁을 지켜주는 부모가 되겠다 다짐해 봅니다.